투기명당(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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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풍수지리에서 일컫는 명당이란 이상적 환경으로서의 길지의 개념을 뜻한다. 살아있을 때는 삶에 필요한 여러가지 조건을 골고루 갖춘 좋은 주거환경이며,죽은 뒤에는 땅의 기운을 얻어 영원히 살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을때 그 땅을 명당이라 부른 것이다. 그러나 명당은 아무데나 있는 것도 아니고,한때 명당의 조건을 갖췄다가도 환경의 변화와 함께 명당의 타이틀을 잃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 용인군은 일찍부터 흔치않은 명당으로 꼽혀온 곳이다. 명당의 조건가운데 하나인 「황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금학포란) 형상인데다 풍수의 요체인 음택(묘소)과 양기(집)의 조화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그 용인땅에 대해 조선조 성종때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는 흥미있는 대목이 보인다. 과방에 오른 한 선비가 「이름도 숨기고 마음도 숨기기 위해」 이곳을 택한 바 용인땅은 숨어 살 곳이 못된다는 것이다. 살기는 좋으나 은둔할 곳은 못된다는 뜻이다. 「왕도와 인접한 까닭으로 밤낮으로 모여드는 대소 빈객이 여기를 경유하지 않는 적이 없는데,이는 대개 남북으로 통하는 길목인 때문」이라는 대목도 보인다.
공직자들의 2차 재산공개 내용이 발표되면서 용인땅 수십만평이 연고없는 일부 공직자들에 의해 매입된 사실이 밝혀져 투기혐의를 받고 있다. 풍수지라설에 바탕해 이곳이 명당이기 때문에 구입의욕이 솟아났는지,아니면 『동국여지승람』이 지적하는대로 이곳이 권부와 통하는 길목이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 사들였는지 알수 없으되 분명한 것은 이곳이 70년대초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요지로 각광받기 시자기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투기꾼들의 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땅에 대한 투자효과다. 곧 그 땅을 매입함으로써 어느 기간동안 얼마만큼의 이득을 취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 투기여부를 좌우한다. 이번 일부 공직자들의 경우도 그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동안 그 땅을 사들였으며,불과 몇년사이에 여러배나 값이 뛰었다는 점에서 투기의혹을 씻기 어렵다. 그렇다면 공직자건 아니건 투기꾼들에게는 명당의 개념조차 바뀌어야 할판이다. 땅을 사들여 얻게되는 이득의 폭이 크면 클수록 그네들에게는 명당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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