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 슬롯머신사건 현장검증 검찰.변호인 신경전으로 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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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국민당의원 朴哲彦피고인(51)이 슬롯머신업자 鄭德日씨(44)로부터 돈을 건네받는 장면을 實演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던 서울종로구평창동 洪性愛씨(42.여) 집과 서울 하얏트호텔 사우나에 대한 법원의 현장검증이 검찰과 변호인의 치열한 신경전끝에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4일오전 실시될 예정이던 현장검증을둘러싸고 빚어진 양측의 대립은 검찰측이 朴피고인과 洪씨 代役을내세워 돈을 주고받는 장면을 재연하겠다고 나선데 대해 변호인측이『검찰각본의 연극을 방치할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비롯됐다. 검찰은『변호인측의 현장검증요청이「자충수」를 둔 것인만큼 朴피고인이 뇌물을 받는 장면을 생생하게 再演함으로써 朴피고인의 유죄를 확실히 입증하겠다』며 별렀다.
그러나 이같은 현장검증 계획은 3일오후『증인 鄭德日씨가 대역들을 상대로 현장을 재연한다는 것은 검찰각본에 따라 연극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변호인측이 항의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변호인측은『범행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현장재연에는 동의할수 없다』고 못박았다.
변호인측은 또『범행장면 재연은 살인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범행을 자백했을 경우 검찰의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서나 가능한 것』이라며『판사입회하에 현장을 재연하는 것은 증거능력이 있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유.무죄를 다투는 사건에 있어 피고인의허락이 없는한 이루어질 수 없다』고 주장,재판부의 동의를 얻어내는데 일단 성공했다.
결국 이날의 해프닝은 검찰측 洪準杓검사가 연기신청을 냄으로써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됐으나 검찰측이 범행재연을 전제로 하는 현장검증요청서를 법원에 정식 제출한데다 재판부도 미국 체류중인 洪씨에게 증인출석요구서를 보낸 상태여서 앞으로 또 한번 현장검증을 둘러싼 양측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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