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각의사(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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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국의 새벽은 공원의 태극권에서 시작된다. 남녀노소가 즐기는 국민체조인 태극권은 원래 중국의 전통 쿵후였지만 모택동 집권후 국가체육운동위원회에서 현대식 체조를 가미해 24식·48식·88식을 보급했다. 전통무술을 현대식 체제로 고쳐놓은 중국식 조화의 한 모범이다. 중체서용의 한 기법이다. 모 집권과 함께 중국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중 하나로 대두된 것이 공중보건과 위생문제였다. 의사는 제한되어 있고 국토는 넓고 환자는 즐비하니 정부로서는 어디부터 손대야할지 막막했다. 이때 등장한게 적각의사였다. 적각,「붉은 다리」란 맨발을 뜻한다. 맨발로 뛰다시피 조국강산의 환자를 찾아 헌신적으로 뛰는 의료봉사원을 적각의사라고 불렀다.
현대식 의사보다 당시로서는 한방의사가 더 많은 형편에서 양의위주로 보건진료를 맡길 수 없었다. 우리식의 한의사,중국식으로는 중의들이 한약방을 뛰쳐나와 맨발로 전국의 환자를 찾아다니며 치료했다. 이들의 헌신적 치료활동은 중국 현대사에서 적각의사라는 용어와 함께 빛나는 모습으로 남아있다.
중국을 처음 찾은 서방언론인 해리슨 솔즈베리 눈에 가장 신기한게 침구술이었던 모양이다. 중의들의 침구술이 현대의학에 이식되어 안구수술과 외과수술에까지 동원되는걸 보고 그는 또 한번 놀란다. 양의와 중의의 조화로운 협진과 협동치료에서 그는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보았던 것이다.
지금 우리는 한의와 양의간의 끝갈데 없이 치열한 대결을 날마다 지켜보고 있다. 약사법 개정안이 발표되는 당일 과천정부 종합청사 앞에는 대립되는 두 단체의 회원들과 대학의 학생들,그리고 학부모,그 사이 사이에 끼어앉아 있는 전투경찰들의 한심한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왜 여기까지 왔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한­약사 집단을 보는 우리의 심정은 장마철이면 벽돌찍는 아들을 걱정해야 하고,가뭄이 들면 우산장사 하는 아들을 걱정하는 부모와 다를게 없다. 한약도 걱정이고 양약도 걱정이다. 다만 한약과 양약이 존재해야 할 구체적 목적을 따져본다면 결국 국민의 보건위생을 위해 두단체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양약이 서로 협동해 연구하고,국민보건을 위해 불철주야 뛰는 적각의사와 같은 헌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더 이상의 밥그릇 싸움은 어느쪽에도 유리한 일이 되지 못함을 두단체도 이젠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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