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디자인 소비자감정에 파고 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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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 명동의 한 재즈카페.
오리엔트시계공업 제품개발부 任慶宰 팀장등 산업디자이너 3명이재즈음악의 선율에 젖어있다.
이들은 한동안 감상을 한 뒤 재즈 동호인들과 재즈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들은 이렇게 몇 군데의 재즈카페를 들른뒤 토론회를 거쳐 재즈음악의 분위기를 정리해냈다.
「재즈는 자유분방하고 형식이 없다」「영혼에의 갈구와 강력한 호소력을 지닌다」「동적이며 感性이 풍부하다」.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低價시계인 블랙센스의 매출감소로 고민하고 있던 이들은 재즈의 자유분방한 선율에 어울리는 시계를 개발한다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몇달의 디자인 과정을 거쳐 전통적 시계와 달리 상하 非대칭형이며 시계줄을 거는 시계다리가 2중으로 되어있고 암회색과 금색의 도시형 패션시계가 완성됐다.
「感性시대」「디자인 혁명시대」임을 알고있는 디자인팀의 생각은회사내에서도 앞서가는 쪽이게 마련이다.그래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생산.판매팀을 설득하는 일도 필요했다.
이렇게 탄생한「재즈시계」는 결국 회사의 매출신장을 가져왔고 1일부터 시작되는 첫 디자인주간 행사에서 정부로부터 우수디자인(GD)상을 받게됐다.
경기도김포에 있는 수도꼭지등 생산회사인 成珍(대표 金英愛)은지난해 6월 뼈아픈 경험을 한다.
美國 수도꼭지회사의 제품을 본떠 판매하다 적발돼 신문에 사과광고까지 내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회사측은 고유 디자인이 있어야 국제경쟁시대에서 이겨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회사 디자인팀을 가동,공업진흥청과 산업디자인 포장개발원을 찾아가 3자 공동개발에 착수했다.
소비자 설문조사를 하는등 일요일도 없는 작업이 7개월간 계속됐고 사장은 사장실은 물론 자신의 집까지도 작업실로 개방했다.
디자인팀은 결국 라운드형으로 친밀감을 주며 10가지 색으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힌「이태리카」와「앙상블」상표의 온냉수 혼합수도꼭지를 개발해 냈다.
지난3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결과 문제의 美國 제품을 쓰던 한 대형건설회사가 成珍의 거래선으로 돌아서는등 매출이 50%이상 급신장했다.
또 지난4월부터는 수도꼭지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수출에도 성공,인도네시아에 월 2억원어치를 수출하고 있다.이 제품 역시 1일 우수디자인상을 받았다.
현재 국내에 25개인 산업디자인 전문회사의 정상에 서있는 서울서초동 212디자인(대표 殷秉洙).
殷씨등 4명의 젊은이들은 남들이 산업디자인 전문회사 설립을 감히 꿈꾸지 못했던 불모지대에서 89년2월 모험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디자이너등 28명의 직원과 시제품 공장까지 갖고올 매출 15억원을 바라볼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
웅진 코웨이의 정수기,한일스텐레스의 바이오 사각 김장통,우성셰프라인의 에어로 압력솥등으로 서서히 성가를 올리던 이 회사는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디자인 수출에 성공,한국 디자인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대그룹들도 주요 디자인은 외국업체에 의뢰해 왔으나 디자인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모처럼의 계기를 만든 것이었다.
212디자인은 올들어 프랑스 화장품회사의 용기 디자인사업을 해내는등 올해중 해외 부문에서만 25만달러의 디자인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泰林전자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발한 애완동물 자동 먹이공급기에 여성과 어린이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덧붙여 수출상품화,이번에 디자인개발 성공사례상을 받았다. 三星전자 산업디자인센터팀은 작년초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는노인.주부.어린이들이 쉽게 쓸 수 있는 VTR를 만들 수 없을까 생각 했다.
종래 메이커 입장에서만 생각하던 디자인개발을 소비자입장에서 해보자는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 것이었다.
연구끝에 복잡한 버튼이 많은 기존 방식대신 조작 부위에 액정화면을 설치,손으로 화면을 누르면 다음 동작이 안내되는「대화형VTR」가 개발됐다.이 제품도 이번에 디자인개발 성공사례대상을받았다. 金星社 디자인종합연구소는 소비자생활을 가상 연출해보고소비자생활을 밀착조사하는 R&S라는 독특한 팀을 운영한다.
***우리 文化에 접목 소비자의 미래생활을 미리 들여다보고 디자인의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다.이같은 작업을 통해 이 회사의김장독 냉장고가 탄생했다.우리의 전통문화와 서구식 디자인 기술을 접목시킨 이 제품은 올해의 우수디자인상중 대통령상을 받았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이처럼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제품의 경쟁력을 높여 승부를 거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으나 우리 기업 전체의 디자인수준은 기술수준보다 훨씬 뒤처져 있다.
美國 타임誌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디자인수준을 1백으로 할 때 臺灣은 1백43,싱가포르는 1백28,홍콩은 1백21로 경쟁국중 꼴찌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感性공학적 兵器인 디자인으로 무장,세계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金 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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