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한가족>故 금수현씨의 3남 1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28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그네』의 작곡가 故 금수현씨 1주기 추모음악회에 모인 사람들은 새삼『고인이 자식농사를 잘 지은 것같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
작곡가.교육자.저술가로 바쁜 일생을 살다간 고인을 기리기위해음악회를 마련한 그의 3남1녀와 그 배우자 역시 고인에 뒤질세라 열심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모습이 든든해 보였기 때문.
당시로서는 선구자적 성향을 가진 아버지 덕분에 모두 눈에 띄는 한글이름을 가진 금씨 형제들은 모두 정확하게 두살차이.
장남 금난새 수원시향지휘자(46)와 바이얼리니스트 홍정희씨(38)부부,외동딸인 금내리 단국대 화학과교수(44)와 사위인 황남일 단국대 경제학과교수(49) 부부,차남 금누리 국민대 공예과 교수(42)와 임선희 건국대 공예과교수(42 )부부,장남네와 마찬가지로 부부가 음악에의 길을 걷고 있는 3남 금노상 광주시향지휘자(40)와 이미경 KBS비올라연주자(35)가 바로그들. 난새씨는 작곡가였던 아버지가 음악을 하라고 한번도 권유한 적은 없으나 어려서 음악을 들으면 악보를 찾아 가만히 펼쳐놓아주곤 했다는 것.
형제들의 나이차가 적어 밤이면 온식구가 모여 대화를 자주 나누곤 했는데『아버지는 그때마다「야,우리 뭐 사회를 위해 신나고좋은 일을 할게 뭐 없을까」라며 얘기꽃을 피워 밤을 밝히기 일쑤였다는 것.
난새씨는 79년 대만省 오키스트라를 연주하러 대만에 갔을때 호주에서 유학하고 이 연주회에 솔리스트로 출연한 홍씨에 반해 결혼했다.
지휘자사위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장인의 반대에 부닥쳐 이들은친구 둘만이 지켜보는 가운데 단둘이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이부자리만을 준비하고 월세방에서 신혼살림을시작했던 이들은 4년만에야 처가와 왕래를 시작 했다는 것.
당시 학교 총장의 중매로 결혼,부인 내리씨와 한대학에서 교편을 잡게 된 사위 황남일씨는 장인.장모 모두 자유스럽고 활달해중매에서 처음 본 사위감을 계속『남일아』라고 불러 엄격한 유교집안에서 자란 자신을 당황하게 만들었다며 웃었다 .부인은 프랑스 클르주공대에서,자신은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황씨는「문화인」처남들과 만나면 주로 얘기를 경청하고 흡수하는편이라고 했다.
미술에의 한길을 가는 누리씨 부부는『아버지가 자식들과의 상하관계보다는 항상 친구처럼 평등한 관계를 원하셨고 자식들이 다 커서도 굳이 경어를 쓰라는 요구를 하지 않으셨다』고 했다.누리씨 부부는 프랑스 유학중 만나 결혼했다.누리씨는 형제들이 경제적.문화적으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것이 가족간의 화합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장남부부와 마찬가지 길을 걷고 있는 막내 노상씨부부 역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음악공부를 하다 만나 결혼한 케이스.
그는 주위사람들이 같은 길을 가는 형제간의 경쟁관계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예술작업의 우열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이들 형제들의 어머니 전혜금여사는『그네』의 작사가이며 소설가였던 金末峰씨의 딸.
〈高惠蓮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