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냉해로 식량난 가중/남북관계에도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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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곡물조달 위해 대외경협에 더 매달릴듯/조사단 “내년까지 2백50만톤 부족”추정
이상저온 현상으로 동북아지역 전체의 쌀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도 식량생산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 동북 3성 및 북한의 농축산업실태 조사단」(단장 김성훈 중앙대 교수)은 북한의 금년 쌀·옥수수 수확량이 평년보다 각각 30,20% 정도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조사단이 지난 1일부터 21일까지 중국의 동북 3성(흑룡강성·길림성·요령성)지역을 둘러보고 이 지역 농업관계자 및 최근 북한 여행자와의 면담에 따른 것이다.
식량부족 보도에 대해 평양방송은 22일자 논평에서 한마디로 일축하고 『남조선당국이 계획적으로 꾸며낸 일고의 가치도 없는 반공화국 모략선전』이라며 발끈했다.
이상기후가 북한의 올 농사에 줄 피해정도는 불분명하지만 식량사정이 긴장될 것임에 틀림없다.
북한 정부기관지 민주조선조차도 기후문제가 심각함을 최근 인정한 바 있다. 즉 ▲농작물에 일조량이 가장 필요한때인 초복∼중복 사이의 기온이 섭씨 2∼3도가량 낮게 나타난 점 ▲강수량도 6월에는 예년보다 1백30∼2백% 많았던 반면 7월엔 오히려 평년보다 크게 줄어 「6월 가뭄,7월 장마」라는 전형적인 날씨와 차이를 보인 사실을 보도했었다.
이런 상황인만큼 조사단의 추정이 무리는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조사단은 쌀·옥수수의 작황부진으로 93∼94 미곡연도중 최소한 2백50만t 이상의 곡물부족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진단했다.
물론 이 진단은 북한 북부지대를 기준으로 한 것이고 쌀주산지인 황해도일대에 관한 설명이 없어 나름대로 한계는 있다.
그러나 냉해로 인한 곡물생산 감소 예측은 동북아 전반의 상황이므로 황해도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북한의 주요작물인 옥수수 수확은 날씨변화에 민감하다는 점도 지나칠수 없다.
그러나 북한의 보도매체는 예년처럼 올해도 「대풍」일 것이라며 미리부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보당 평균 1만∼2만t의 벼수확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보도지만 늘 전체 수치는 뺀채 「벼이삭수와 이삭당 알수가 얼마나 늘었다」는 식이어서 전체 곡물생산량은 얼버무리는 경향이다.
아무튼 북한은 식량감산에 대응해 중국·동남아로부터 식량수입을 늘리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대외경제관계에 더 눈을 돌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량사정은 체제안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유영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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