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시대문화>下.음반 비디오,우려되는 음반 음성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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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대중소비사회의 최종적인 문화상품인 음반.비디오를 제작하는 환경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출판업과 마찬가지로 영세.중소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음반업계는극심한 불황을 겪고있는 가운데 실명제가 터지자『더이상 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오랫동안 안주해온 영세한 음반업계를 그간 지탱하게 해주었던 여러가지 관행을 실명제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음반협회 尹晨榮전무는『음반에 대한 인세계약이 정착되지 않은 환경에서 실명제로 인해 대중가수들과 음반회사의 이면계약,인기판도에 따른 뒷거래가 근본적으로 어렵게 됐다』고 말한다.과세액의30%만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는 음반제작사들 의 과표액이 전액 노출되면 유지해나갈수 있는 음반사는 극히 소수일 것이라는설명. 음반유통업자들의 대부분이 지금까지 과세특례자(연간매출액3천6백만원 미만)의 혜택을 받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전근대적인음반업계의 속성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또 음반 도.소매상들 사이의 어음할인(속칭 와리깡)도 어렵게됐다. 기존의 음반업계에선 음반에 부과되는 세율이 낮춰져 타산이 맞지않는한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음반제작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있다.
따라서 LD등 새로운 매체가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대자본과 고도의 기술이 있는 대기업만이 음반산업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따라 기존의 음반업계는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고 아티스트들도 대자본에 기대지 않고는 진출하기가 어려울것으로 보인다.
실명제가 정착되면 기업이나 자산가들이 과세대상에서 벗어날수 있는 문화부문의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다.한 음반상품에 대해서도 기획.제작.홍보및 관련 이벤트,아티스트 매니지먼트,유통등의 분업화가 가속화되며 고도로 전문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품 창작자들에겐 저작권.판권등과 관련한 수익이 엄밀히 계산돼 대부분의 수익이 상향 조정되며 대중적 인기가 불투명한 작품은 세상에 나오기가 힘들게 될 것이다.
비디오업계에도 실명제여파가 꽤 거세게 밀어닥칠 전망이다.
금융실명제로 비디오업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보게되는 분야는 아무래도 유통을 맡고있는 도매상들이다.
제작부문의 경우 이미 대기업및 미국메이저사를 중심으로 시장재편성이 어느정도 이루어진 상황이어서 실명제로 인한 압박은 별로크지 않을 것이다.
도매상들은 제작사들과의 거래중 절반가량을 어음으로 결제해온데다 거래기록도 거의 남기지 않는 것이 기존의 관행이었다.이런 방식이 실명제하에서는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메이저사들이 수도권에서는 대부분 직판체제로 돌아섬에 따라 경영에 큰 압박을 받고있는 도매상들은『실명제로 더욱 활로가 좁아졌다』며 우울한 표정.
메이저사의 직판으로 올초 전국규모의 도매상중 5개사가 연쇄부도를 내 침체에서 헤매던 유통업계는 이로써 결정적인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그러나 도매상들도 자구책을 여러모로 구상하고 있다.업계에서는메이저사들의 시장점유율이 70%를 넘는 상황에서 도매상들도 예전처럼 全품목을 배급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격도 높은 메이저사 작품보다는 견실한 중견제작사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배급해야 한다는 것.
또한 도매상간의 과당경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그간 보다많은 대여점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출혈경쟁을 벌여 결과적으로 유통질서만 어지럽혔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미국영화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메이저사가직판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도매상들의 시장지배력은 날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그간의 전근대적인 거래관행을 고수하는한 그나마 지켜오던 몫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것 이 이들의 공통된 견해다.
〈蔡奎振.林載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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