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개혁실험 첫 작품/관심끈 법관 114명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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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사위서 실질 심의… 순환원칙 적용/서열중시 여전… “경향교류 기대미흡”
대법원이 26일 1백14명의 법관에 대해 단행한 인사는 지난달초 발표한 사법부 개혁안을 인사를 통해 시험가동했다는 성격이 짙다.
이번 인사는 그동안 사법부가 표방해온 개혁의지를 평가할 수 있는 「첫 작품」인데다 특히 사법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인사심의권을 부여받은 「법관인사위원회」가 실질적으로 관여한 첫 정기인사여서 앞으로의 인사방향을 점칠 수 있게 하는 잣대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법원은 이번 인사에서 지금까지 인사위원회가 대법원장이 결정한 인사안에 대해 형식적으로만 검토하던 관행에서 탈피,인사위원회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심의를 거친 뒤 대법원장에게 이를 보고하는 순서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그동안 사법부개혁의 핵으로 여겨지는 인사문제 개선에 대해 법원측의 고심 흔적이 몇군데서 엿보이고 있다.
법원측은 3년6개월 이상 고등법원에서 장기근무한 판사를 전원 지법 단독판사 직무대리로 발령함으로써 고법판사와 지법 단독판사간의 순환근무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단독판사 경력의 상향조정으로 1심 법원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구·부산 등 지방소재 고법판사 6명을 소속지방의 지법단독판사로 전보한것은 그동안 서울고법­서울민·형사지법간의 순환근무에 머무르던 순환근무원칙을 지방으로까지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지난 6월 사법부 개혁파동을 주도했던 서울 민사지법 단독판사들이 서울고법 판사로 「예정대로」 승진한 것을 놓고 간혹 보복성 인사가 문제됐던 점에 비춰 법원의 달라진 면모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상의 「고심」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 결과는 서열위주의 통상적인 인사에 치중,개혁 의지반영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대구지법 신평판사의 재임용 탈락에 대해서도 적지않은 잡음이 일 소지가 있다.
대법원은 신 판사의 탈락배경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은채 「사적인 문제」라고만 밝히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사법부 수뇌부의 자질과 개혁의지를 강도높게 비판한 그의 잡지 기고문이 문제가 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법원측은 예외적으로 신 판사의 재임용탈락 문제까지 법관인사위원회에 회부함으로써 신 판사 탈락을 둘러싼 법원내부의 논란소지를 미리 없애려 했다는 해석도 일고 있다.
또 인사개혁의 핵심으로 거론된 「서울과 지방교류원칙」과 「직급제의 단계적 축소」는 기대에 미흡하다는 것이 일선 법관들의 분위기다.
법원행정처 인사관리심의관 주기동판사는 이에 대해 『서울과 지방교류대상자는 이번 인사에서는 대상자가 없었으며 직급제 폐지는 앞으로 사법제도 심의위원회가 계속 논의할 문제』라고 밝히고 『개혁안정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인사에 가서나 사법부 개혁의지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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