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통신 결합상품… 내 조건에 맞게 고르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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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최근 결혼해 신접살림을 차린 이하영(서울 월곡동·29)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전화도 놓고 인터넷과 방송 가입도 해야 하는데 상품이 너무 다양해 선택이 쉽지 않아서다. 이씨는 “집전화는 요금이 싼 것, 초고속 인터넷은 품질이 좋은 것, 방송은 최신 영화를 많이 볼 수 있는 것으로 택하고 싶다”며 “통신 결합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장단점을 몰라 고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결합상품을 구성한 업체들의 속내를 헤아리면 선택이 쉬워진다.

 ◆가족이 한 상품을 택하라=결합상품의 타깃은 개인이 아닌 ‘가구(家口)’다. 집전화·방송·초고속 인터넷 등을 묶어 팔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결합상품이 일종의 잠금장치 역할을 하는 ‘로크 인(Lock In)’ 효과를 노린다. 가족이 모두 한 회사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의 패밀리 요금제나 KT의 ‘메가패스+쇼’ 상품이 대표적이다. 약정 기간을 설정하면 할인 폭이 더 커진다.

 ◆적정 수준의 서비스를 골라라=결합상품의 중심에 KT는 초고속 인터넷 메가패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LG계열은 인터넷 전화, 하나로텔레콤은 하나TV가 있다. KT 메가패스와 SK텔레콤의 이동통신은 고품질인 대신 할인 폭(KT)과 요금제 선택 범위(SK텔레콤)가 기대에 못 미친다. 반면 LG계열의 인터넷 전화와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는 신규 상품이라 값이 싸다. 결합상품을 선택할 때는 어떤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서비스가 필요한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노부부 가정이라면 집전화는 안정적인 유선전화를 고르되 초고속 통신망은 좀 느려도 싼 제품을 택하는 식이다.

 ◆필요한 신규 서비스를 찾아라=결합상품은 일종의 ‘끼워 팔기’다. 업체마다 경쟁력 있는 부분에 덜 알려진 서비스를 묶어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에 위성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TU’와 무선 인터넷 ‘T로그인’을, KT는 메가패스에 ‘와이브로’(휴대 인터넷)와 자회사인 KTF의 3세대 휴대전화 ‘쇼’를 묶어 판다. 후발 사업자들은 인터넷 전화(LG계열)나 TV포털(하나로텔레콤) 등을 묶음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결합상품은 신규 서비스를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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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릴수록 더 싼 상품 나올 듯 =KT와 SK텔레콤이 결합상품을 내놓은 데는 요금 인하 압력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그러나 정부도 시민단체도 아직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 KT 결합상품에는 집전화와 2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빠져 있다. KT 관계자는 “경쟁사의 움직임과 정부 정책에 따라 인터넷 전화나 2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등을 포함한 상품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이동통신과 초고속 인터넷을 결합한 상품도 선택의 폭이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SK텔레콤은 서비스 지역이 한정된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하고만 제휴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년부터 통신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의 재판매를 의무화한 만큼 이르면 연말께 하나로텔레콤·파워콤 등이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포함한 결합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앞으로 더 싸고 다양한 결합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4분기에는 결합상품 판매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계열 통신사들은 TV포털을 포함한 결합상품을, MSO들은 방송·초고속 인터넷에 인터넷 전화까지 묶은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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