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 대통령의 날씨걱정/김현일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통령자리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해 왔는데 막상 취임해보니 그 5분의 1도 몰랐음을 깨달았다.』
김영삼대통령이 24일 저녁 취임 6개월을 보내면서 청와대 취재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솔직히 토로한 대통령직에 대한 소회다.
김 대통령은 또 『개혁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지만 고통을 당하는 사람도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임기말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변화와 개혁을 밀고갈 각오라는 지론을 거듭 밝히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반년의 대통령직 수행경험을 말하는 김 대통령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는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끝낸뒤 두가지 사항을 허심탄회하게 주문했다.
라오 인도 총리의 방한은 외교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작금의 기상이변이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국민이 알수 있도록 언론이 꼭 좀 잘 보도해달라는 것이었다.
특히 기상이변의 대목을 말할때 김 대통령의 표정은 간곡함이 깃들어 있었다.
김 대통령은 미국의 물난리,일본·인도·소말리아 등 세계각국의 기상이변 현황을 소상히 열거한후 최근의 기상이변이 우리만 겪는 고통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요즘 잠자리에서 눈을 뜨자마자 알아보는게 날씨』라며 『집무실에 등청해 최우선으로 챙기는 것 또한 기상예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통일벼를 포함,1천3백만섬의 비축미가 있으므로 흉년이 든다고 해서 당장 먹거리를 걱정할 계재는 아니다.
김 대통령은 날씨에 좌우되는 풍흉작,그리고 여기에서 연유하는 민심동향 때문에 그렇게 날씨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한다. 풍흉작을 단순한 영농결과로 파악하지 않고 「하늘의 뜻」이 담긴 것이라고 여겨운 우리민족의 전통을 김 대통령은 읽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한파와 실명제 충격,빈발하는 대형사건·사고로 가뜩이나 경직되고 불안해하는 마당에 기상이변에 의한 흉작까지 겹친다면 대통령의 입장은 매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김 대통령이 조석으로 일기예보와 날씨를 챙기면서 민심을 걱정하는 그 지성을 국민 모두가 같이해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