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죽어가는 환경(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울의 숲이 사라져가고 있다. 정상적인 발육과 성장이 억제돼,있던 나무가 없어지는가 하면 새로운 나무가 자라나지도 못해 수종이 줄어들고 있다. 산림청 임업연구원 환경생태연구실이 최근 서울의 인왕산 등 여섯군데,수도권의 수락산 등 두군데의 수림지역을 대상으로 식물집단의 실태를 조사해본 결과다. 특히 20여년 동안이나 입산이 금지됐던 인왕산 마저 새로 자란 나무들이 거의 없는 생태계 단절현상을 나타내 숲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가는 상황이라는건 충격적이다.
숲이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이 생명의 유지를 위해 일순간이라도 멈출수 없는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고,빗물을 축적했다가 알맞게 흐르게 하며,자연을 찾는 사람에게 안락한 휴식을 제공하는 등 실로 다양하고 필요불가결한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현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숲은 대기중의 탄산가스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모든 야생생물의 보고로서 종의 보전과 서식처가 된다. 숲이 없어지면 이 모든 숲의 시혜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이토록 소중한 숲이 소멸되고 있는 원인이 대기오염에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도시를 꽉 메우고 있는 각종 차량과 공장·빌딩에서 뿜어내는 매연속의 유황과 질소 따위가 대기에 섞이면서 강한 산성물질로 변하게 되고 이들 오염물질이 비나 눈에 용해돼 버려 직접 나무에 위해를 준다. 또 이들 산성비를 맞는 토양 자체가 산성화돼 나무의 생장을 막게 된다. 숲이 소멸되고 있는 지역의 토양이 모두 강산성으로 드러나지 않았는가.
대기의 산성화는 숲에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다. 쇠를 녹이고 돌을 부식시킬만큼 파괴력을 지낸 산성물질은 인체의 호흡기관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 우리나라 사람의 사인 가운데 폐암이 지난 85년엔 10만명에 8명이었던 것이 91년엔 무려 두배에 가까운 15명으로 늘어난 것도 그동안 증가한 차량의 수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교통이 혼잡한 도심지역은 28명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화석연료 청정화정책의 우선순위를 앞당겨야 한다. 국민의 인기를 얻는 일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마시는 물을 깨끗이 하는데 더 신경을 써야한다. 숲이 소멸돼간다는 것은 곧 모든 생물,바로 인간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행정규제를 완화한다는 명분과 관계공무원의 무사안일로 환경정책은 매우 후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그 결과 팔당호를 비롯한 상수원의 오염이 더 심해지고,하천이 공업용수로도 쓸수 없을 만큼 더럽혀지고 있다. 온 세상이 떠들썩하게 각광을 받는 인기정책 뒤안에서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문제가 병들어 간다면 이는 잘못된 시정방향이 아닐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