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소기업 손잡기 확산-상품기획서 제품개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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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금성사에 인쇄회로 기판을 납품하는 종업원 75명의 문성전자(대표 金顯萬.경남마산시)는 중소납품업체중의 하나지만 다른 협력회사들과는 좀 다르다.이 회사는 금성사가 신형 에어컨에 필요한마이콤 기판을 설계할 때 따로「정전기 방지팀」을 구성해 정전기로 인한 에어컨의 誤動作을 막는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끝에 金사장은 정전기를 흡수하는 특수한 상자를 개발,회로기판에 부착해 정전기를 줄이는데 성공했고 또 회로기판 발포상태가 균일하지 않아 납땜때 불량률이 높다는 것을 알아내 회로기판사전검사 필요성을 금성사에 제시했다.
이 건의를 받아들여 불량품과 정전기로 인한 에어컨 오동작을 50%정도 줄일 수 있었던 금성사는 이때부터 문성전자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문성전자가 금성사의 디자인 인(design-in:상품의 기획과 설계때부터 중소협력업체들이 母기 업과 공동작업하는 것)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처럼 지금까지 모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부품규격과 공정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부품을 생산.공급해오던 하청회사들이 최근 母기업과 머리를 맞대고 공동개발하는 진짜「협력」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 가운데 만도기계 문막공장(자동차휠축 생산)과 대구의 삼립산업(헤드램프와 자동기어 레버생산)도 디자인인 활동에 참여하는 업체중의 하나다.나름대로 생산 노하우를 축적한 이들은 母기업의 신형차 기획단계에서부터 공 동작업에 들어가 부품에 대한 의견개진을 통해 완성차의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덕소에 자동차 주행시험장까지 갖춘 2만7천여평규모의 중앙연구소를 완공한 만도기계처럼 이들은 각자 꾸준한 기술개발투자덕분에 디자인 인 업체로까지 발돋움할 수 있었다.
문성전자도 매출액 60억원에 年13억원을 기술개발과 시설투자에 쏟아붓고 있으며 金사장은『금성사에 아무런 인맥도 없는 상태에서 품질과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디자인 인 활동에 참가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불량품 비율을 1천분의 1 이하로 줄이기 위한「PPM 운동」등을 벌이고 있는 우수업체들이어서 자신들이 만드는 부품에 대해서는 품질관리 업무까지 母기업으로부터 이양받은 경우도 많다.
부품의 질이 최종 제품의 질까지 결정짓는 상황에서 이같은 활발한 디자인 인 활동은 바람직한 현상이고 대기업들도 수급업체협의회등을 통해 우수협력업체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최근 산업연구원이 80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대 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국제경쟁력 향상에 책임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1.4%에 달해 대기업과 중소부품 협력업체들의 보완적 발전은 그만큼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 許槿국제경제팀장은『일본과 대만이 국제경쟁력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협력업체들의 높은 부품의 질과 활발한 디자인인 활동이 뒷받침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그동안 대기업의 기술및 자금.경영지도를 받아 자라온 국내 협력업체들 도 이제는 부품 하나만이라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李哲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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