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건강법] 밀레 코리아 안규문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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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슬렁거리기’.
 슬로 라이프가 밀레 코리아(수입 가전업체) 안규문(56)사장의 건강법이다. 귀차니스트처럼 가능한 한 몸을 움직이지 않고 산다는 뜻은 아니다. 일은 열심히 하되 운동(걷기)은 천천히 하고, 건강에 대해 너무 조바심을 내지 않으며, 슬로 푸드의 전형인 우리 전통 음식을 즐긴다는 것이다. 그가 이런 삶의 자세를 가진 것은 불과 4년 전부터다.

 “50년을 바쁘게 살다 보니 고지혈증·당뇨병·지방간 등 별별 성인병이 다 찾아왔어요. 한 걸음만 더 나가면 평생 번 돈을 병원에 다 바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슬렁거리기 작전에 들어간 것입니다. 그것이 주효했어요.”

 의사 친구들은 골프를 권했지만 그는 어슬렁거리며 걷기를 택했다. “매일 고대 그리스의 소요학파가 되는 느낌이죠. 별 생각 없이 어슬렁거리다 보면 머리가 맑아집니다. 스트레스도 저절로 풀리죠. .”

 그는 시속 5.5㎞의 속도로 매일 1시간씩, 매주 5번 이상 걷는다. 걸음수로는 하루 7000보 가량이란다. 1시간 중 50분은 사철 풍광을 보면서 느긋하게 걷지만 10분은 빠르게 걸어 땀을 흠뻑 낸다.

 “일부러 땀복을 착용하거나 파워 워킹 등 특별한 주법을 사용하지 않아요. 다만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면 목디스크 위험이 있어 고개를 15도 가량 들고 걷습니다. 나머지는 제 몸이 가장 자연스럽게 느끼는 포즈에 맡기지요. 운동화에는 투자를 조금 했습니다. 30만원짜리 운동화가 1년에 한 켤레씩 떨어지더군요. 벌써 4켤레 째입니다.”
 어슬렁거리며 걷기만 하다 보니 근력 운동이 부족하다는 신호가 몸에서 전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안사장은 아침마다 팔굽혀 펴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10번 밖에 못했는데 지금은 하루 70번을 거뜬하게 할 만큼 근력이 늘어났다.

 이렇게 4년. 그의 몸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체중(키 172㎝)이 75㎏에서 67㎏으로 줄었다. 고지혈증과 알콜성 지방간이 사라졌다. 90/145이던 혈압도 75/115로 떨어졌다. 4년 전 그는 공복시 혈당이 140으로 초기 당뇨병 상태였다.

 “의사가 당뇨병 합병증 운운하며 ‘협박’을 가하더군요. 그러나 주눅들지 않았습니다. ‘이 나이에 그 정도면 됐다’고 여겨 전전긍긍하지 않았어요. 그렇지 않으면 질병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고 병의 악화 요인이 됩니다. ”
 혈당·혈압·콜레스테롤 수치 등 지나치게 숫자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자신의 연령대에 맞는 건강 수치가 따로 있습니다. 50대가 20대의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를 목표로 삼는 것은 무리지요. 자신의 나이에 맞춰 성생활·운동·건강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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