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조차 외제부터…(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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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문을 연 초대형 완구점 「키디하우스」 2층 작동 완구매장은 개장과 동시에 몰려든 수백여 어린이와 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지상 5층,건평 7백여평의 빌딩에 들어선 초호화판 「장난감 왕국」을 삽시간에 점령해 버린 어린이 고객들의 눈길과 손길은 진열대의 대부분을 차지한 고가의 일본제·미국제 완구들에 쏠려 있었다. 『일제 경주용 자동차는 가격도 12만원으로 「싼편」이어서 매일 4대씩은 아이들이 꼭 사갑니다.』
「코쇼」 「다미야」 등 대당 최소 10만원에서 50만원대까지 호가하는 일제모델이 들어찬 무선조종 자동차 매장엔 『3∼5만원짜리 국산은 품질이 뒤떨어지는데다 사후 서비스도 제대로 안돼 찾는 분이 없다』며 멀찍이 떨어져 전시되어 있었다. 플래스틱 조립제품 코너에서도 어린이들은 낯선 일본어로 쓰여진 토미사의 「조이드」 공룡로봇 시리즈앞에 몰려 있다.
『일제 조립 로봇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정교해요. 오래 놀아도 잔고장 하나 없고요. 하지만 국산품은 스타일부터 구식인데다 툭하면 망가져 사고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요.』
김모군(12·서울 후암국6)은 『30여명의 반 남학생 거의가 3만∼6만원짜리 일제 공룡로봇을 갖고 있다』며 『몇몇 애들은 일본어로 된 조립 설명서도 눈짐작으로 읽을 줄 알 정도』라고 전했다.
『외제에 먼저 손이 가는 아이들을 말릴 방법이 있어야죠. 품질 좋고 인기높은 외제 장난감을 파는 것을 탓할 수야 없겠지만 동심을 외국에 내줄 정도가 돼서는 곤란하지 않을까요.』
한 학부모의 지적에서 외재라도 팔기만 하면 된다는 상혼도 문제지만 품질개선에 노력의 흔적이 전혀 없는 국내 업체들 또한 「무국적 동심」을 만드는데 책임이 크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강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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