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강릉 대목금강연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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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눈.비만 오면 혹시 집이 무너질까 걱정돼 잠도 제대로 못이루지만 어떡합니까. 갈 곳이 없는데…."

붕괴 위험이 높아 8년전 재난위험시설인 E 등급으로 지정된 강원도 강릉시 입암동의 대목금강연립 건물.

현재 13가구가 살고 있는 지상 3층 규모의 이 건물은 서서히 기울면서 외벽 곳곳에 손이 들어갈 정도의 균열이 생기고, 건물을 지탱하기 위해 임시로 콘크리트 기둥을 덧대어 마치 폐건물을 연상케 했다.

건물 내부는 더 심각하다.

거실.방마다 천정과 벽체에 금이 가면서 빗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역력하다. 바닥.벽이 기울어 냉장고.장롱 등 가구와 전자제품마다 접은 신문.나무토막 등을 괴어 사용하고 있었다.

12년째 이 곳에 살고 있는 權모(52.여)씨는 "밥상도 책으로 받치지 않으면 그릇이 한 곳으로 쏠릴 정도"라며 "하루 하루 목숨을 내놓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대목금강연립 2개 동(棟)의 일부 주민들이 건물이 1996년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되었으나 형편상 이주하지못해 수년째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86년 준공된 이 18평형 연립 건물에는 한 동당 21가구씩 모두 42가구가 입주했었다. 그러나 준공 몇년후부터 지반 침하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논을 메워 건물을 세우면서 콘크리트 파일이 아닌 나무 파일로 지반 보강공사를 하는 등 부실 시공했기 때문이다.

결국 준공 10년만에 시로부터 재난관리법상 "붕괴위험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고 주민들에게는 이주 지시가 내려졌다.

이에 시는 우선 99년 주택공사 임대아파트에 19가구를 특별 분양 방식으로 이주시켰다. 10가구는 자력으로 다른 곳에 집을 마련해 옮겼다.

그러나 나머지 13가구는 다른 주택을 소유하고 있거나 임대료를 낼 형편이 못돼 임대아파트로 이사하지 못하고 지금껏 '붕괴위험 건물'에 살고 있다.

87년부터 거주해온 金모(51)씨는 "방 2칸짜리 집이 내 명의로 돼 있지만 이미 부모님이 살고 계신데다 우리 가족은 7명 대식구라 이사 못하고 이곳서 살고 있다 "며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고려한 현실성있는 이주대책을 원했다.

또 보증금 1백만원,월세 15만원에 살고 있는 崔모(63.여)씨는 "남편이 뇌졸증으로 쓰러져 다른 곳으로 이사할 경제 능력이 없다"며 "입주 영세민들에게 임대아파트 입주금 마련을 위한 장기 저리 대출을 주선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수시로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등 입주자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1주택 가구나 세입자에 대해서는 살고 있는 집을 폐쇄하는 조건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장기 임대아파트를 알선해줄 계획이지만 다른 곳 주택 소유 입주민에게는 현행법상 이주 혜택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릉=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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