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연계 세계무역 중심지로/고속철도 차종선정 의미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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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시베리아·중국 횡단철도 종착지/참여기업 협력기술 전수 힘써야
단군이래 최대 역사인 경부고속철도의 차량형식 수주를 놓고 2년여동안 끌어오던 국제경쟁이 프랑스의 TGV로 결정돼 일단락됐다.
물론 이번 경쟁의 성격은 차량형식 계약을 위한 우선 협상대상국을 선정한 것이지만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한 늦어도 연말까지 프랑스가 최종 대상국으로 확정돼 계약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역사는 영종도 국제 신공항건설과 함께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조기 착수방침에 따라 본격화돼 늦어도 2002년부터는 전구간의 고속철도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일일생활권으로 통칭되던 국민들의 국내 생활이 한나절 생활권으로 변하게 되는 등 생활패턴의 큰변화와 함께 21세기의 한국경제에도 큰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이 철도가 완공되면 신공항과 함께 우리나라가 우선 세계무역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등 경제에 획기적인 기여가 기대된다. 이는 유럽 등 무역선진국이 수년전부터 기획하고 추진중인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중국 횡단철도(TCR)의 최종 종착지로 우리나라가 위치하게 되고 이에 따른 획기적인 경제발전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북한 개방에 한몫
이같은 대륙횡단철도는 이번에 선정된 TGV 등 고속철도로 건설되어야 채산성이 맞게 되고 급변하는 시대에 부응할 수 있다. 여기에는 물론 현재 여객위주로 개발,운영되고 있는 고속철도가 수송용을 개발해 상용화까지 돼야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이와함께 국내외 대륙횡단철도 건설을 추진하는 실무자들은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철도가 건설될 경우 북한 통과가 불가피해 북한에도 고속철도 건설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고 이렇게 되면 무역 등을 통해 한민족의 통일도 다소 앞당길 수 있으리라는 보랏빛 전망을 내비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통과철도 역시 육로로 북한을 통과하거나 천진 또는 상해 등 중국의 무역중심지에서 인천 등 서해안 도시를 잇는 해저터널 철도와 함께 부산에서 일본까지 연계가 가능하리라는 계산도 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에 따라 프랑스·독일 등 고속철도건설 기술 보유국이 비교적 낮은 가격에 국내 수주를 위해 총력전을 펴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기도 하다. 대륙횡단철도를 프랑스나 독일이 수주하려면 지사 차량형식이 통과국 곳곳에서 많이 발견될수록 유리한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가 이번 철도건설과 관련,반드시 챙겨야 할 부분은 국민들 사이에 일고 있는 지역발전의 불균형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유·무형의 각종 정책개발과 투자 등의 노력이다.
인구의 67.6%,GNP의 73.7%가 경부축에 몰려있는데 또 다시 경부축이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명실상부한 서해안시대 개막을 위한 노력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지역균형 고려를
수치상으로 경부고속철도의 건설에 투자될 예산은 93년 불변가격으로 10조7천4백억원이고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나타날 물가상승과 용지보상 비용의 상승 등을 감안하면 경상가격으로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함께 이 사업에 투자되는 엄청난 자금이 계획단계에서부터 완공이후 운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내보일 경제적 파급효과는 실로 놀랄만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건설공단의 의뢰에 따라 분석한 결과 따르면 생산유발 효과는 투자비 자체를 훨씬 웃도는 15조3천5백8억원,부가가치 유발효과가 6조8천6백42억원,고용유발효과는 89만7천9백명에 이르고 완공후 나타나게 될 운송비용 절감효과는 연간 2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생활풍속도의 큰 변화와 수송체계의 대개편도 불가피해진다.
현재 서울에서 부산까지 새마을호 열차로 4시간10분이 걸리던 것이 2시간으로 해결되고 천안까지 37분,대전까지 53분,대구까지는 85분밖에 걸리지 않게 된다.
이밖에 이번 철도는 4차선의 경부고속철도를 새로 하나 건설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돼 하루 수송인원 52만명으로 승용차 3만3천대,버스 8천대와 맞먹는 수송능력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최대용량 하루 1백38회 운행되고 있는 경부선 철도는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화물운송 위주로 전환될 전망이고 컨테이너 열차의 운행 횟수도 현재의 하루 24회에서 1백40회로 증가,컨테이너 수송능력은 현재의 9배인 연간 3백만개로 늘어나 수송의 대혁명이 가능하게 된다. 즉 화물수송능력이 도로의 두배인 철도가 이같이 여유가 생기고 고속도로도 화물차의 운행을 위한 여유가 생겨 국가전체의 화물유통 속도가 크게 개선되는 셈이다.
○수송체계 대혁명
이는 국제경쟁력 약화의 큰원인으로 지적됐던 수송비용이 연간 1조원씩 절감되고 유류절약 효과도 연간 4억3천4백여만t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앞으로 공단측이 최대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부분은 기술이전부분이다. 차량선정 과정에서 3백2개 항목을 기준으로 삼아 나름의 공정성을 갖고 심사를 벌였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계약체결 과정에서 기술이전에 최대의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고속철도 기술이 대부분 독점성을 갖고 있어 기술보유국이 계속적인 기술우위 유지와 시장확대 등을 고려해 첨단기술 이전을 기피하고 저급기술에 주력하거나 기술이전 시기를 가급적 늦춰 이전기술의 낙후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술이전 대상은 크게 차량·전차선·자동열차 제어장치로 구분되고 전수자는 공단·차량업체·부품업체로 나뉜다. 따라서 계약 및 건설과정에서 ▲적정기술의 체계적인 선택 ▲해당기술의 전수능력을 갖춘 업체의 참여 ▲차량업체와 부품업체의 조직적 대응 ▲기술도입의 교섭력 강화 ▲도입기술의 소화,개량능력의 제고 ▲기술운영의 기업간 연계성 강화 등을 통해 효과적 기술이전을 이룩해야 할 것이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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