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어음 맞바꾸기 성행/명동·강남일대/실명제 회피 새 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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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만기분 소유한 정치인·공직자/자금난 중기 장기채와 “박치기”
서울 명동이나 강남일대 사채시장에 일명 「박치기」 거래가 등장,금융실명제를 피해가고 있다.
박치기 거래란 현금이 급히 필요한 장기 채권·어음 소지자가 사채시장에서 일정 수수료를 내고 지급 만기일이 임박한 채권·어음으로 맞바꿔 현금화하는 신종 할인거래 수법이다.
서울 명동일대 사채시장은 금융실명제 실시직후 한동안 전주들이 자취를 감추어 휴업 사태가 계속되다가 이번주 들어 상당수의 중개업소들이 영업을 재개,이 방식을 통해 은밀하게 할인 중개를 하고 있다.
또 신사동을 중심으로 한 강남일대와 종로·광화문 일대 등 다른 사채 시장에서도 이같은 박치기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이같은 할인 방식은 실명제 실시이후 자금 추적을 우려해 예금 계좌에서 거액의 현금이나 수표 인출을 꺼리고 있는 사채업자나 정치인·고위공직자 등과 할인 시장 마비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지급 만기일이 임박한 채권이나 어음을 대량으로 가지고 있는 일부 「큰손」이나 정치인들이 한꺼번에 지불 요구할 경우 자금 추적을 받을 것을 우려해 지불요구 시기를 연기,분산시키는 수법으로 박치기거래를 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 사채업자 김모씨(57)는 『재고로 가지고있던 채권이나 어음을 처리하면서 할인 수수료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때문에 며칠전부터 박치기거래를 하고있다』며 『전주들이나 정치인의 보좌관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찾아와 만기일이 얼마 남지않은 채권이나 어음을 뭉치로 내놓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충무로에서 인쇄업을 하는 이모씨(45)는 『사채시장에서 만기일이 두달남은 어음을 월 할인금리 2% 조건으로 만기일이 다된 어음과 교환했다』며 『금융실명제이전 할인금리 1.2∼1.5%보다 훨씬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당장 현금을 구할 수 없는 영세 업체들이 결국 사채시장을 찾게 되는 것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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