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발목 잡는 용인 땅 매매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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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용인 땅'이 노무현 대통령의 발목을 다시 잡았다. 땅을 사들이려 했던 盧대통령의 측근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13일 법정에서 던진 발언 때문이다. 그는 2002년 초 당시 盧캠프의 후원회장이던 이기명씨의 용인 땅을 사들인 것처럼 위장 매매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1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바 있다.

이날 열린 첫 재판에서 姜씨는 "盧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전후해 땅 매입을 부탁해와 盧캠프 후원회장이던 이기명씨 측과 부동산 매매계약을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姜씨와 함께 기소된 盧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도 盧대통령이 당시 "姜씨에게 (용인 땅 매입을) 부탁해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9일 있었던 대검 중수부의 측근 비리 수사 결과 발표 때는 나오지 않았던 부분이다.

당시 검찰은 "용인 땅 매매를 통한 장수천 빚 변제 방식은 安씨가 세웠고 盧대통령은 이를 安씨와 최도술씨로부터 사전에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姜씨의 진술로 盧대통령이 용인 땅 매매를 성사케 한 최초의 제의자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盧대통령이 매매를 부탁했다는 대목은 앞으로 특검 수사에서 주요 조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姜씨는 재판에서 "盧대통령을 도와주려고 한 거래는 맞다. 장수천의 남은 빚 액수(19억원)에 맞춰 땅값도 계산했다"면서 거래 목적이 盧대통령 지원에 있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위장 거래가 아닌 실제 거래였다"면서 실정법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장수천은 盧대통령과 선봉술씨 등 측근들이 사실상 운영해 온 회사다. 그러나 경영난이 계속되면서 한때 34억여원의 빚을 졌고 대선 후보로 나선 盧대통령을 압박하는 골칫거리가 됐다. 대선 과정에서 장수천 설립 및 빚 변제 과정을 놓고 야당의 공격을 받는 상황이 됐다.

安씨 등은 급한 대로 盧대통령 형(노건평)과 선봉술씨 등이 공동 소유한 경남 김해시 진영상가의 경매대금 11억3천만원으로 일부 빚을 갚았다. 이후 姜씨가 이기명씨가 소유하고 있던 용인 땅을 19억원에 사기로 계약을 하고 돈을 건넸던 것이다. 하지만 명의 이전은 이뤄지지 않았고 계약도 해지됐다. 그럼에도 땅값 19억원은 姜씨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검찰은 재판에서 ▶매매계약 해지 뒤에도 姜씨가 리스 채무 변제 자금으로 4억원을 이기명씨에게 준 이유▶용인 땅 매매대금의 액수에 대한 이기명씨와 姜씨 주장이 다른 점 등을 들어 불법 자금이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한편 이날 재판에선 선봉술씨가 2002년 5~7월 세차례 盧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진영상가 매각 대금 반환을 요구했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후 盧대통령이 安씨와 최도술씨에게 宣씨 등의 손해를 보전해 주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손해 보전에는 측근들이 거둔 선거 자금이나 기업에서 모금한 자금이 투입됐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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