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층­근로자 요구조절이 열쇠/실명제를 보는 서방언론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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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0여년 군부통치 구조 고리끊기/미국/경기부진속 YS의 도박… 수개월내 결판/영/부정부패 뿌리뽑을 결정적 개혁조직/독
금융실명제를 중심으로한 한국에 경제개혁에 대한 서방 언론들의 관심이 높다.
금융실명제 실시를 계기로 한국경제가 일대 전화기를 맞고 있으며 현재 일고 있는 기득권층의 반발 및 근로자들의 과다한 요구 수위를 잘 통제할 경우 한국경제는 획기적이고 건전하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서방언론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미국◁
미국 언론들은 한국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특히 『사회전반을 재구성시켜 30년 군부통치의 고리를 끊고 경제를 자유화하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정책이 기존의 기득권층인 의회·관료,그리고 재벌들로부터 심한 반발을 유발하고 있는 한편 근로자 계층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요구를 하는 갈등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따라 김영삼정부는 기득권층이 경제운영에 협조할수 있도록 개혁의 수준을 조정하는 동시에 근로계층에 대해서는 절제된 요구를 할수 있도록 균형된 정책을 취해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을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비즈니스 위크지는 김영삼대통령이 지난달 재벌총수를 청와대로 불러 칼국수를 나누며 한국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해 줄것을 당부했으나 재벌들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여기에다 저항적인 의회와 충격속에 빠져있는 관료계층이 정치·경제개혁을 밀고 나가는 김영삼대통령의 걸림돌 노릇을 하고 있다며 그 예로 김 정권의 1백일 경제계획기간 의회가 단 한건의 법안만을 통과시킨 사실을 들고 있다. 여기에다 새로 고개를 들기 시작한 노조의 높은 임금 요구가 김 정권의 새로운 부담이 되고있는 것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금융실명제 실시는 김영삼정부의 개혁정책의 중심부분이며 이를 통해 30년 이상의 군부통치 사회구조를 재구성하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공직자의 재산등록 현황을 소개하면서 일부의 경찰·검찰·세무 공무원들을 재산등록대신 사표를 썼다고 보도하면서 이로 인해 기업들은 이전보도 뇌물 준비에 시달리지 않고 국제경쟁력을 갖추는데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영국◁
영국의 권위있는 경제일간지인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16일 한국의 금융실명제 실시에 관한 장문의 해설기사에서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김영삼대통령은 큰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앞으로 몇개월이 조속한 경제활성화의 필요성과 장기적 목표 실현을 조화시키는 그의 능력을 시험하는 기간이 될 것이며 그 성공여부에 한국의 장래가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신문의 분석기사 요지.
『지난 12일밤 전격 발표된 한국의 금융실명제 실시는 취임 6개월동안 김 대통령이 취한 조치들 가운데 가장 놀랄만한 것이다.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그는 큰 도박을 벌이고 있다. 그 스스로도 단기적으로 금융실명제가 여러가지 부정적 효과를 동반할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김 대통령의 장기적 목표는 관료와 정치인들에 의해 중앙집권화된 경제통제를 완화,시장메커니즘에 더 많은 힘을 허용함으로써 최근 몇년간 임금상승과 생산성 하락으로 약화된 한국의 산업경쟁력을 회복하는데 있다.
김 대통령이 직면한 도전은 경제에 대한 정부통제를 완화하는 일이다. 관료주의의 미시적 통제성향은 산업구조 재조정만 방해할 뿐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독일◁
독일의 쥐트도이체 차이퉁지는 지난 9일 사설에서 김영삼대통령의 금융실명제 도입은 한국의 부정부패를 근절시킬 결정적 조치라고 평가하고 이는 한국이 선진산업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관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 신문의 사설 요약.
『한국의 김영삼대통령은 금융실명제 실시를 선언함으로써 개혁을 실천하는데 필요한 결단력과 용기를 동시에 보여 주었다.
단순히 탈세를 막기 위한 정책처럼 보이는 이 조치는 정치·경제적으로 훨씬 광범위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비록 한국이 하루아침에 깨끗한 나라가 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갖고 있는 김영삼대통령 정부에 사회악의 뿌리를 뽑는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전격적으로 도입된 금융실명제로 한국경제는 얼마간 성장둔화가 예상되지만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일원이 되고자 한다면 이같은 파문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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