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라기 공원 클리프 행어 관객몰이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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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름 극장가 흥행 성적 어떤가
극장가 최대 대목인 여름방학 시즌의 흥행 성적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올 시즌은 한마디로 말해 『쥐라기 공원』 『클리프 행어』가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스티븐 스필버그의 명성에다 개봉 전부터 불어닥친 「공룡 열풍」에 힘입어 『쥐라기 공원』은 개봉 한 달이 지나지 않은 현시점에서 이미 60만 관객을 동원하는 위력을 보였다. 그리 잘 만든 영화가 아님에도 이렇듯이 영화가 성공을 거둔 데에는 전세계를 상대로 펼친 할리우드 메이저사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주효한 탓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홍보 선전비로만 사상 최고액인 7억원을 투입, 마치 이 거대한 영상 이벤트에 빠져선 안 된다는 식의 대중 심리를 조성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다크 호스로 주목되던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등산 스릴러 『클리프 행어』도 85만명을 동원하면서 순조롭게 쾌속 항진중이다.
할리우드의 전형적 정통 액션물인 이 영화는 아슬아슬한 등반 장면 등 눈요깃거리도 풍부해 관객들의 높은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비틀림이 없는 단순 구조의 액션 영화를 선호하는 국내 관객들의 구미에 딱 맞는 영화라는 점이 성공의 큰 요인으로 풀이된다.
반면 아널드 슈워즈네거가 혼신의 힘을 기울인 『마지막 액션 히어로』는 국내에서도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했다. 화끈한 액션을 기대하는 관객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고 게다가 이야기 구조가 복잡하다는 것도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락물 일변도인 여름 극장가에서 롤랑 조페 감독의 『시티 오브 조이』가 20만 가까운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어 이채를 띠고 있다.
청소년 취향의 오락물이 압도적으로 많은 최근 경향에 비춰 볼 때 오히려 고전적이고 휴머니즘적인 주제를 갖고 있는 이 영화가 중장년 층 관객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여름 흥행 결과는 본고장인 미국의 흥행 순위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1위에서 4위까지를 『쥐라기 공원』 『법률회사』 『시애틀에서 잠 못 이뤄』 『클리프 행어』가 차지하고 있는데 이중 2, 3위가 아직 국내 개봉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미국 관객들과 거의 비슷한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해도 무방하다는 것. 젊은 관객들의 「기호의 미국화」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떤 비평가는 『미국영화의 세계 시장 재편성에 있어 한국 시장은 성공 사례로 꼽힐만하다』고 통탄하기도 한다.
70만 명을 돌파한 임 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제외하면 올 여름에도 한국영화는 관객들의 냉대를 받아야 했다.
로맨틱 코미디물의 후발주자인 『101번째 프로포즈』 『그 여자 그 남자』가 각각 10만 명을 조금씩 넘어서는 흥행 성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이는 당초 기대보다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예상되던 아동영화인 『참견은 노, 사랑은 오 예』 『키드캅』이 모두 1주일만에 상영을 중단하는 참담한 실패를 기록한 것은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잠재 관객들을 끌어들일 한국영화는 어떤 것일까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가 당장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임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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