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스킨십, 효자 10명보다 낫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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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14면

“어제 남편이 갑자기 내 몸에 손대는 거야. 근데 왜 낯설고 징그럽단 생각이 들지?”

오랜만에 만나 한참 수다를 떨던 선배가 넌지시 성문제를 물어온다. 40대 후반에 접어든 그녀는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스트레스라고 성토한다.

“딸이랑 수다 떨고 쇼핑하면 그렇게 재미있는데, 남편이랑 단둘이 안방에 있으면 서먹한 거 있지?”

대학 졸업하자마자 중매로 결혼했고, 회사 생활로 늘 바쁜 남편 대신 자녀 양육과 집안일에 성실했던 선배는 그렇게 사는 것이 결혼 생활이려니 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 그 재미에 자녀 교육에 더 열중했고, 그것이 엄마로서 아내로서 해야 할 본분이라고 생각했단다.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남편이 퇴직하면서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아직도 어색하고 낯설다고 투덜거린다.

“나이 들면 남는 건 부부간이라는데 둘이 이렇게 재미가 없어 어떡하지?”

무뚝뚝한 남편과 이제부터라도 좀 가까이 지내고 싶어 얘기 좀 하자고 하면 남편은“앞으론 내가 잘할게”라고 말만 할 뿐, 태도가 전혀 바뀌지 않으니 한두 번 시도하다 포기해버렸다고 했다. 스킨십도 어색하고 성욕도 별로 생기지 않는 섹스리스가 지속되었다고 한다.

부부간의 성적 트러블을 다루는 성치료에서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바로 부부간의 자연스럽고 적절한 스킨십 유무다. 성치료 기법의 주요한 방식인 관능초점훈련 역시 스킨십을 통해 흐트러진 성흥분 반응을 제 궤도에 올리는 것이다. 그만큼 스킨십은 성생활에서 중요한 요소다.

도둑질도 해본 놈이 잘한다고, 부부간에 대화가 별로 없던 커플이 어느 날 갑자기 와인 한 병 따서 분위기 잡는다고 바뀔 리 만무하다. 나름대로 노력했는데도 “이 여자가 오늘 왜 이래?” “이 남자가 뭘 잘못 먹었나?” 하고 핀잔만 듣는 것은 평소에 스킨십을 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킨십도 몸으로 하는 ‘대화’다. 스킨십이 고작 삽입성교의 전 단계에서나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부부라고 항상 서로의 마음을 잘 읽을 수는 없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서로를 알 수 없다. 서로의 리듬을 모르면 오해가 쌓여 부정적 감정이 커지게 된다. 미국의 저명한 부부치료 전문가인 고트만 박사는 부부간에 생기는 감정을 통장에 차곡차곡 넣어둔다고 생각했을 때, 긍정적인 감정이 부정적인 감정보다 다섯 배는 많아야 부부가 행복할 수 있다고 했다.

부부의 스킨십은 긍정적인 감정을 늘리는 소중한 종자돈이다. 또한 행복한 부부생활의 밑거름이자, 이혼 등 최악의 사태를 막는 예방주사이기도 하다. 부부가 함께 살아가며 차곡차곡 모아둔 스킨십과 애정표현들이 어떠한 보험이나 연금보다 더 행복한 노후를 보장해줄 수 있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부부지간이라는데 오늘부터라도 아내에게, 남편에게 스킨십을 시도해보자.

강동우·백혜경은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 미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ㆍ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ㆍ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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