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날 군 「새 모습」 그린다/국방개혁연구위 뭘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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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탈냉전시대의 전략환경 모색/엘리트 영관급주축… 기존조직 옥상옥 시각도
새 정부 출범이후 각종 비리와 부조리 척결 등 과거청산에 곤욕을 치러온 군이 이제 새로운 모습을 그릴 준비에 들어갔다.
국방부는 11일 각군의 엘리트 영관장교 17명으로 「국방개혁연구위원회」를 구성,발족시켰다.
국개위는 앞으로 65만 한국군이 과거의 오명을 벗으며 한반도 전략환경에 적합하고 21세기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조직으로 역할할 수 있도록 참다운 군대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장관직속으로 설치된 이 국개위는 앞으로 군개혁의 핵심추진 인사로 기능할 것으로 군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국개위의 구성을 보면 이같은 기대는 과거와는 다른 것이다.
육군 13명,해·공군 각위 2명씩으로 구성된 국개위원(대령 9명·중령 8명)가운데 10여명이 상근하도록 되어있다.
이 상근위원들은 미국·영국·독일 등 유명 교육기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각군 사관학교 ▲국방연구원 ▲합참 ▲미래군제 기획단 ▲국방대학원 ▲군비통제실 ▲야전부대 등에서 골고루 선발된 군사 엘리트들이다.
이처럼 국방부가 엘리트 영관장교들로만 구성된 개혁위를 발족시킨 것은 앞으로 군을 이끌어 나갈 주역은 영관급 장교들이고,이들의 참신한 발상과 기획능력이 군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보다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성급 장교들을 배제했고 과거 군의 각종 연구위원회가 대부분 진급과 보직에서 뒤진 사람들로 채워지던 관례를 과감히 깨뜨렸다.
군의 진정한 개혁을 위해선 새로운 발상과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은 능력을 갖춘 영관급에서 각기의 선두그룹에 속한 장교들을 선발했다.
이같은 구상에는 『군이 더이상 앉아서 타령만 하고 있을 수 없고 따라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말했다. 국개위의 한 관계자는 『탈냉전 시대에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음에도 우리군은 아직도 과거의 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더이상 지켜 볼 수만은 없었다』며 『환경이 바뀌면 우리의 체질도 바꿔야 되는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해 이 국개위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국개위 발족에 따라 기존 합참산하에 있던 미래 군제기획단은 조만간 이 조직에 흡수·통합될 예정이다.
미래군제계획단은 818사업단의 후신으로 그동안 합참의장 직속의 한시기구로 존속해 오면서 통합군제로의 전환 등 미래형 군구조 개편작업을 추진해 왔었다.
미래 전략환경에 걸맞은 군대로의 전환이야말로 군이 당면하고 있는 절실한 과제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기존의 국방조직외에 굳이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것은 옥상옥이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도 없지는 않다.
특히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이나 각군직속의 정책연구위원회 등은 물론 신정부 출범이후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인사제도 개혁위 ▲율곡사업비리 개선위 ▲육군발전위원회 등과 과연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하는 점도 문제로 남는다.
그러나 참신한 아이디어맨들로 국개위가 구성되었고 위원들이 군개혁의 필요성과 의욕을 보이고 있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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