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예산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큰 비중"|이석채 기획원 예산실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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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 여름은 별로 덥지 않다고들 하지만 이석채 경제기획원예산실장(48)은 그런지 어쩐지 느낄 겨를이 없다. 신 경제 5개년 계획의 의지가 예산수치로 처음 반영되는 내년도 나라 살림살이를 짜느라 정신이 없는 탓이다.
작년 4월 예산실장으로 오기 전까지 그는 청와대에서 사회간접자본 투자기획단 부단장으로 일했다. 여기서 그는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무슨 일을 해야 할 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이 실장은『정부 예산이 쓰여져야 할 곳엔 안 쓰여지고, 들어가지 않아도 좋을 곳엔 들어가는 사례를 종종 보아 왔다』는 말로 과거 예산편성 및 집행에 대한 문제점을 집는다. 도로나 항만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투자는 마땅히 정부가 맡아야 할 몫인데 그동안「직무유기」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얘기다.
내년 예산작업에 SOC분야에 가장 많은 비중이 두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도로·철도·항만 등 기반시설 부족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이미 받고 있는 마당에 관련투자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이 실장은 또 성공적인 개혁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를 비롯해 처우를 개선하는 문제도 주요 현안이라고 강조한다.『총 정원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공무를 당당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각종 활동비를 현실화시켜 주는 일이 화급한데…』다며 말끝을 채 맺지 못한다. 예산실장 역시 예산이 얼마나 허락할지 고민하고 있는 증거다.
추곡수매 등 양정 현안도 재정개혁차원에서 손을 좀 많이 됐으면 하는데 여론과 정치권의 대응이 걱정이라고 말한다. 농어촌 투자와 중소기업의 구조조정문제에 대해서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문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이 같은 사업이 가능할 정도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겠느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 실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수익자 부담원칙을 내세운다. 이용자가 그만큼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속도로나 비행기를 타는 사람에게 통행료나 공항이용료를 더 물리며, 교육이나 물·에너지도 사용자에게 돈을 더 내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글=심상복 기자·사진="신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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