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TV는 보완적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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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독립영화를 고집해 온 홍기선 감독(36)이 대본작가로 TV드라마 제작에 참여한다. 홍 감독은 MBC-TV 베스트극장으로 방송할 임철우의 단편『유년의 삽화』(연출 신호균)각색을 맡았다.
그가 방송과 인연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연 전 MBC-TV 베스트셀러극장을 통해 방송된 황순원 원작『소나기』각색 작업에 선배 장선우 감독과 함께 참여한 적이 있다.
상업적 성공보다 사회적 의미를 염두에 두고 영화작업을 해 온 그가「제도권 매체」로서의 한계가 뚜렷한 TV드라마 제작에 참여하게 된 것은 TV의 가능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영화와 TV를 적대적인 매체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서로 도움을 줄 여지가 많습니다. 여건이 좋은 TV쪽에서 방화 방송 활성화 등 영화계를 지원하고 영화계는 제작 기법 등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영화 한 편의 성패가 영화사의 흥망을 가를 정도로 재정 기반이 영세한 영화계에선 상업적 압력이 극심한 반면 TV는 그러한 압박이 없어 오히려 예술적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자신이 이번 각색 작업을 1주일만에 해치워야 한데서 알 수 있듯 TV의 경우 시간적으로 촉박하고 기술적 완성도가 뒤지는 점이 약점이라고 지적한다.
홍 감독은 우리 상업영화의 본산인 충무로를 거치지 않고 독립프로덕션을 설립, 직접 영화 제작에 뛰어든 경우다.
서울대공대 원자력공학과 77학번으로 대학시절 영화서클 「얄라셩」에서 활동했고 졸업 후엔 젊은 영화인 집단인「장산곶매」를 이끌며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오! 꿈의 나라』를 만들기도 했다.
91년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영 필름」을 통해『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를 제작·감독, 극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현대판 노예선인 새우 잡이 멍텅구리 배에서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그린 이 작품은 흥행에선 실패했으나 낭트영화제본선에 진출하는 등 연출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앞으로 대본작가 등으로 TV드라마에 참여할 여지를 열어 놓고 있는 홍 감독은 그러나 자신이 추구하는 바는 시대와 대중의 삶을 반영하는 리얼리즘 예술영화 제작이라고 강조한다. 올 겨울 알콜 중독자들의 시선을 통해 본 세상 스케치인『술꾼의 노래:(가제)를 찍을 계획이나 제작비 조달이 여의치 않다고. <곽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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