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연장 순례] 2. 빈 슈타츠오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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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9년 5월 25일 모차르트 '돈조반니'의 독일어 공연과 함께 개관한 빈 슈타츠오퍼는 원래 마(馬)시장이 있던 곳이었다. 당시 28세였던 요제프 1세는 빈 구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던 방어벽을 헐어낸 자리에 시청이나 국회의사당이 아닌 오페라하우스를 짓도록 했다. 에두아르트 반 데어 뇔(1812~68).아우구스트 폰 지카르트부르크(1813~68)가 국제 설계공모에 당선됐다. 개관 당시 이름은 '신(新)궁정오페라 극장'. 1945년 연합군의 공습으로 다섯발의 포탄을 맞고 일부가 소실됐으나 10년 만에 말끔히 단장해 베토벤의 '피델리오'와 함께 재개관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이 '귀족사회의 잔재'라며 없애자고 제안했던 박스석은 그대로 남기는 대신 발코니석 정면의 화려했던 바로크풍의 장식은 과감히 털어냈다.

객석수는 1천7백9석. 6층 높이로 전형적인 말발굽형 구조로 돼 있다. 무대에서 가장 거리가 먼 입석까지 보태면 2천2백76명을 수용할 수 있다. 발코니석과 갤러리(입석)에는 작은 전구가 달려 있어 악보를 보면서 오페라를 즐길 수 있다. 만석(滿席)시 잔향시간은 1.3초. 객석 천장에는 3천㎏짜리 크리스탈 유리와 1천1백개의 전구가 달린 샹들리에가 달려 있다. 객석 의자 뒷면에는 백만장자 출신의 음악애호가 알베르토 빌라가 기증한 전자 자막이 부착돼 있다.

카니발 축제의 마지막 목요일엔 빈 슈타츠오퍼는 1층 객석을 걷어내고 1만5천송이의 꽃으로 수놓인 거대한 무도회장으로 변신한다. 유명 정치인.사업가.예술가들이 객석에 연미복과 드레스 차림으로 객석에 모습을 드러내는 빈 사교계 최대의 이벤트다.

로비에는 칼 뵘, 구스타프 말러, R 슈트라우스, 클레멘스 크라우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 역대 음악감독들의 흉상이 전시돼 있다. 그 중 칼 뵘(1894~1981)의 흉상은 그가 75세 되던 때에 만들어진 것으로 뵘은 음악감독.총감독.극장을 거치면서 43년부터 13년간 이 극장에서 일했다. 말러의 흉상은 로댕의 작품이다. '마술피리'를 주제로 한 양탄자가 2층 로비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www.wiener-staatsoper.at)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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