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결정론 정면반박|영·미학자 공저『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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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계급·성·인종 사이에 존재하는 지위·부·권력의 불평등 원인이 인간의 본성인 그 생물학적 특성에 있다는 환 원론적 설명, 다시 말해 생물학 결정론을 정면으로 비판한 논쟁 서다.
영국 개방대학의 진화유전학교수 스티븐 로즈, 하버드대학 신경생물학교수인 르원틴, 프린스턴 대학 심리학교수 레온카민이 공동 집필한 책을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이상원씨가 옮겼다.
「생물학·이데올로기·인간의 본성」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핵심적 공격대상은 생물학결정론, 특히 이를 현대적으로 종합한 사회생물학이다.
따라서 하버드대학의 사회생물학자 윌슨의『사회생물학I·Ⅱ』(민음사), 옥스퍼드대학의 사회생불학자 도킨즈의『이기적인 유전자』(동아출판사), 그들의 선배 격인 동물학자 콘라드 로렌츠의『공격성에 관하여』(이화여대 출판 부), 데스몬드 모리스의『털 없는 원숭이』(정신세계사)등 이 주요 공격 대상이 된다.
생물학 결정론은 과학성을 위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부정확한 관찰, 잘못된 추론, 오해나 의도적 왜곡에 의한 거짓된 과학이며 현 사회질서를 정당화함으로써 지배계급의 이익을 옹호하는데 철저히 봉사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과거의 나치와 같은 극우정권이나 70년 대말, 80년대 초이래 영국과 미국에서 집권한 보수정권은 생물학 결정론 연구를 부추기고 지원하며 그 연구결과를 현 사회질서를 정당화하는데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생물학 결정론의 기원·역사·대중적 인기에 대해 비판하면서 그것의 오류와 비 과학성을 폭로한다.
생물학결정론에 입각한 주장이 대중들에게 호소력을 갖게 되고 널리 퍼지는 이유,
대학교에서 이러한 인종주의 적·가부장적 주장을 옹호하는 내용을 담은 책들을 출판하고 관련 학문분야(예를 들면 사회생물학)를 학제 화하거나 지원하며 국가에서 이를 묵인하는 이유, 특히 과학의 이름을 빌려 이러한 주장을 사회에 퍼뜨리는 과정과 그 저의를 폭로하고 있다.
저자들은 또 인간은 백지상태로 태어나며 문화에 의해서만 임의적으로 결정된다는「문화결정론」도 똑같이 비판한다.
결국 인간의 본성은 생물학적 특성과 문화 사이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 의해서만 대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양 진영간의 논쟁을 우리나라에 상륙시킬 이 책은 그러나 우리 말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아쉬움이자 문제점으로 남는다.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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