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서 맺은 골프우정 30년| 아널드 파머-잭 니클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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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아널드 파머(64)와 잭 니클로스(53).
골프에 관심이 있든 없든 이들을 모르는 사람은거의 없다.
만일「골프의 황제」로 불리는 이들을 직접 모른다 할지라도 우산이 새겨진「아널드 파머」와 노란 곰이 새겨진「잭 니클로스」캐주얼 의류는 대부분 입어 보거나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29년 생인 파머와 40년 생인 니클로스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이들은 11세의 차이를 극복하고 지금까지 우정을 나누고 있다.
이들이 골퍼로서 처음 대면한 것은 58년이었다.
그러나 첫 만남은 그보다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4년 오하이오주 톨리도에서 벌어진 오하이오 아마추어골프대회에서 25세의 파머는 아마추어 챔피언이었고 14세의 니클로스는 파머의 플레이에 감탄하며 따라다니는 구경꾼이었다. 물론 파머는 니클로스를 알리 없었다.
두 사람이 골프로 인연을 맺은 지 2년 만인 60년 미국오픈대회에서 파머가 우승, 니클로스가 2위를 차지하면서 둘 사이는 매우 가까워진다.
당시 니클로스는 약관20세로 아직 아마추어였다. 30년이 넘게 우정을 나눴지만 이들은 성격이나 스타일이 너무 다르다.
파머는 고지식한 펜실베이니아 출신으로 허세를 부리거나 뽐낼 줄 모른다.
그러나 파머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고 심지어 그를 이기고자 하는 선수가 없을 정도였다.
반면 오하이오 출신의 니클로스는 정통 교육을 받아 일찍부터 골프에 눈을 뜬 골프 천재며 철저히 계산적인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이들의 우정을 「질투」의 결과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파머는 니클로스의 뛰어난 능력을 부러워했고 니클로스는 파머의 사람을 끄는 힘을 부러워했다.
또 끊임없이 서로를 질투했다.
골프대회에서는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경쟁하는데 몰두했다.
그러나 이들은 항상 함께 있었고 함께 생활했다.
지난해 마스터스대회에 63세의 노구를 이끌고 출전한 파머가 1라운드 1∼3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아내며 5언더파 67타라는 믿을 수 없는 기록을 세우자 니클로스는『우리는 여전치 경쟁하고 있구나』라고 중얼거리면서 인생의 동반자인 파머에게 말했다.
『고마워요, 아니(아널드의 애칭).』
62년 프로에 데뷔한 니클로스는 지난해까지 세계4대 메이저 골프대회인 미국오픈 4회, 영국오픈 3회, PGA선수권 5회, 마스터스 6회 등 통산 18회 우승을 비롯해 70개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생애 5백30만9천1백30달러(42억4천5백 만원·랭킹7위)를 획득했다.
반면 55년 프로에 나온 파머는 미국오픈 1회, 영국오픈 2회, 마스터스 4회 등 메이저대회 7회를 포함해 통산 60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기록을 남겼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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