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같은 집' 레지던스 '대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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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메카' 여의도.

증권사, 투신사 등 대형 금융 기업들이 빼곡히 들어서 '빌딩숲'을 이루고 있는 이곳에 새로운 랜드마크로 위용을 뽐내며 대망의 그랜드오픈을 앞두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세계적 호텔체인으로 유명한 미국 메리어트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드 레지던스인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MEA)'.

상하이, 방콕 등 전세계 대도시에 진출해있는 MEA는 오는 9월 6일 그랜드 오픈할 예정이다.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에서 17번째로 진출하는 사례다. 특히 대형 글로벌 호텔체인이 자사 브랜드를 내걸고 선보인 첫 레지던스라 업계에 '핫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이하 레지던스)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레지던스는 신종 숙박시설로 숙박용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이 결합된 개념으로 '주거용 호텔'로 불린다.

호텔업계는 레지던스가 관광숙박업으로 등록하지 않고 불법으로 호텔영업을 한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레지던스 산업은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호텔급 수준의 서비스에 객실 이용료가 저렴해 외국인들은 물론, 내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성장이 정체된 호텔업계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주거용 호텔, 레지던스 '활개'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우수한 시설에 안정성까지 갖춘 임대형 주거시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장기체류하는 외국인들에게 호텔은 금액이 부담스럽고 아파트는 복잡한 임대 절차가 부담스럽다. 영어로만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점도 일반 주택 이용은 무리가 따른다.

이같은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곳이 바로 '서비스드 레지던스'다. 선진국에서는 대중화돼 있지만 국내에는 외환위기 전후 다국적 기업 및 외국 금융기관들이 급증하면서 도입되기 시작해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호텔과 외부 빌라의 장점만을 모아 제공하는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가 2002년 서울에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싱가포르의 서머셋 팰리스와 프레이져 스위트, 일본의 도미 인 서울 등 여타 외국계 레지던스 오픈이 이어졌다. 자체 브랜드로 운영되는 저가 레지던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오크우드 등 주요 외국계 레지던스 객실 점유율은 80%가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레지던스 관계자는 "브랜드 인지도면에서 일반 특급 호텔에 비해서 부족한 면이 있지만 한번 레지던스의 실용성과 편리함, 안전함에 눈을 뜬 고객들에 의한 재방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건설 분야 등 대형 프로젝트를 유치 1년 이상 국내에 체류해야 하는 외국 비즈니스 고객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덧붙였다.

◇불법 논란에도 '쑥쑥'..호텔은 '답보'

현재 국내 관광호텔 객실수는 5만8000여개 수준. 2004년 객실수가 6만개를 넘어섰지만 2005년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현재까지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반면 레지던스 객실수는 급증하고 있다. 2002년 1000개 수준이었던 레지던스 객실수가 매년 증가, 현재 7000개를 넘었다. 이중 서울에만 4000개가 몰려있다. 레지던스 객실수는 관광호텔 객실수의 10%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레지던스 호황에 호텔은 울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호텔에 2주 이상 머무는 손님이 3분의 1 이상 줄었다"며 "특히 1달 이상 장기 숙박 손님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레지던스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레지던스 업계가 성업중이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관련 법적 근거가 모호하기 때문.

호텔업계는 레지던스가 불법 호텔 영업을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는 지난해 10월 "국내 22개 레지던스가 현행법을 어기고 불법 호텔영업을 하고 있다"며 건축법, 관광진흥법, 공중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부분 레지던스가 업무시설이나 주거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아 건물을 지은 후 호텔로 시설을 개조, 불법 호텔 영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오크우드 프리미어, 프레이저 스위츠는 임대와 숙박(호텔) 두개 허가권을 모두 갖고 있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 레지던스는 임대업으로 등록돼 있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호텔과 서비스드 레지던스 등 업태에 따른 법적인 문제가 모호해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레지던스협회의 서태영 사무국장은 "레지던스 산업은 전세계적으로 거스를수 없는 대세"라며 "서울이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관광호텔로는 역부족이라며 레지던스는 육성하고 발전시켜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또 호텔협회의 고소, 고발 조치에 대해 "호텔은 관광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연구, 고민을 해야한다"며 "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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