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 한인 수난 반세기 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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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내 최초로 2개 독립 프러덕션이 공동으로 사전 제작한 수준급 다큐멘터리가 선보인다. KBS-TV를 통해 11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사할린의 카레츠키』가 그것이다.
8·15특집의 하나로 편성된 이 프로는 사할린의 한 인사를 통해 험난했던 우리의 과거사를 재조명하는 작품.
일제에 의해 사할린에 강제 징용된 6만여 명의 한인들은 52년 샌프란시스코 조약 발효와 함께 무국적자로 내던져진 이래 40여년간 남북한·소련·일본 등 모든 관련국으로부터 버림받아 왔다.
이들 사할린 한인들이 겪은 수난의 반세기를 당시 국제정세와 관련지어 객관적으로 조명, 이들의 문제를 단순한 수난사가 아닌 우리 현실과의 연관 속에서 파악하면서 한민족 대통합이라는 민족사적 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사할린의 카레츠키』는 프로의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2개 독립 프러덕션에 의해 완전 사전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작품은 「인디컴 TV프로덕션」이 기획·연출을 맡고 「마스터비젼」이 실제 제작·촬영을 맡는 분담작업으로 만들어졌다.
다큐멘터리의 경우 다른 프로와는 달리 허구 아닌 실제 사실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기획, 충분한 취재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럼에도 방송사가 자체 프로 제작에 매달려 말로만 사전제작을 내세울 뿐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진이 기획 완료 이후 8개월간 한 작품에 매달려 사할린주 부지사·KGB공보관등 러시아측 인사, 참의원의장·변호사협회 인권위원장·전후문제 전문 르포작가 등 일본측 인사를 포함해 외국인 10여명과 사할린 교포 등 관련자 1백80여명을 인터뷰할 수 있었던 것도 전문 프러덕션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충분한 제작시간 덕택에 취재과정에서 얻은 소득도 많았다. 세계방송사상 처음으로 사할린 최대의 탄광으로 한국인 강제징용자 3천여 명이 일했던 악명 높은 브이코프 탄광을 화면에 담았으며, 러시아 차르 황제가 친서한 사할린내 한국인거주 허용 문서, 일제 때 강제징용자 중 도주자 2백여 명의 인적사항을 담은 수배문서 등 사료로서 가치가 큰 각종 비밀문서를 발굴·공개하고 있다.
또 전문 프러덕션의 분업에 의해 경비절감 뿐만 아니라 충실한 제작이 가능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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