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새」/“크낙새를 찾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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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대산·차악산등 6곳서 “봤다”제보/4년전 사라져… 애호가들 확인 탐조/한국서만 서식… 사람접근 싫어하는 “고고한 새”
모습을 감춘지 만 4년이 넘도록 나타나지 않아 절종된 것이 아니냐는 안타까움을 낳고 있는 크낙새를 찾기 위해 민간단체 조류애호가들이 직접 나섰다. 한국 조류보호협회(회장 김성만)는 1일 오후 회원 유명오씨 등 4명을 크낙새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전국 6개지역에 보내 크낙새 확인을 위한 탐조활동에 나섰다.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크낙새는 사람의 접근을 싫어하고 동작이 민첩해 일반인들은 극히 보기 힘들어 「환상의 새」로 알려진 희귀조다.
크낙새는 지난 89년 9월 한 사진작가에 의해 나무위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후 사라져버려 국민들은 이번 탐조활동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천연기념물 197호로 지정돼있는 크낙새는 딱따구리과의 하나로 45㎝가량의 크기에 머리부분이 불붙은듯이 새빨갛고 배는 흰색을 띠고 있으며 눈부위 밑에 빨간점이 있다.
먹이(애벌레)를 찾기 위해 나무위에서 머리를 빠른 속도로 앞뒤로 흔들어대며 나무를 두들길때 나는 「뚜루루루 뚜루루루」소리가 인상적이고 이 소리가 까막딱따구리와 거의 유사해 크낙새를 찾는 이들을 혼동시키곤 한다.
한국조류보호협회가 크낙새 서식지로 추정하고 있는 오대산 월정사·상원사,치악산 법흥사,충남 예산 향천사,대구 동화사 및 영천 은혜사,경남 하동 쌍계사 등 여섯곳은 수림이 울창한 고사찰 주변지역으로 최근 서식 제보가 들어왔던 곳이다.
김성만 협회장은 80년대 초반까지 경기도 광릉지역에서 이따금씩 발견할수 있었던 크낙새를 최근 볼수 없게 된 것은 『광릉수목원에 사람의 발길이 잦고 인근지역이 개발되는 등 서식환경이 악화된 때문』이라고 밝히고 『광릉서식지를 떠난 크낙새들이 이들 지역으로 옮겨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산림청 임업연구원 김상욱 야생동물과장은 『91년 4월 광릉수목원에서 크낙새가 둥지를 트는 모습을 봤다』며 『광릉수목원은 크낙새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광릉일대 2천2백㏊중 5백㏊에 불과하므로 수목원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고 광릉에서 절종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이상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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