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장외재판 저의없나/구두훈 사회2부 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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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학 임시이사진에 의해 횡령혐의로 고발돼 광주지검에 기소된 전 조선대총장 박철웅(81)·정애리시(69)씨 부부에 대한 선고공판이 전례가 드문 「장외재판」으로 결정되자 광주시민들 사이에는 이를 두고 「밀실재판」이라는 등 말이 많다. 재산이 열리는 장소가 박씨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전남 담양군 금성면 덕산재활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부부는 지난달 5일에도 이곳에서 있었던 검찰의 1심구형 공판에서 박씨는 2년,정씨는 3년을 각각 구형받았다.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그러나 현행 형사소송법과 법원설치법상에 「재판장은 재판진행상 필요할 경우 법원장의 허가를 얻어 재판정 외에서도 공판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어 박씨 부부에 대한 재판정외 공판은 법적면에서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또 한편으로 88년 이후 사학비리 척결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농성과 그후 민주총장체제 하에서의 조선대 정상화과정을 지켜봐온 많은 시민들은 박씨 부부가 주축이 된 집요한 재단복귀 시도에 적잖은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인지 교수·학생·학부모·동문·직원노조·법인노조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조선대 「대학자치운영협의회」(대자협)는 이들 부부에 대한 공판방식이 「비민주적 밀실재판」이라며 강력히 반발,지난달 31일 광주지법 청사유리창 10여장을 깨뜨리는 등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대해 재판부는 『박씨부부가 고령인데다 건강상태가 나빠 4년반을 끌어 온 이 사건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지정된 법정외 공판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박씨부부 횡령사건 재판과정이 이처럼 유난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법적·제도적 청산만이 조선대의 실질적인 자율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지역민들의 「공통된 인식」이 자칫 「밀실재판」이 우려되는 「장외재판」으로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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