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생 휴식공간 내손으로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경희대 학생들이 스스로의 노동으로 학생들만의 휴식공간인 교내 카페를 마련하고 있다.
경희대 학생회관 4층에는 2학기를 맞아 문을 열 문화카페「열린방」공사가 한창이다. 이 카페는 학생들이 음료 등을 마시며 음악과 함께 대화와 휴식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영화상영·연극공연·시낭송회 등 동아리들의 행사장으로도 활용될 계획이다.
25평 규모의 작은 공간이지만 이 카페는 구내에 매점 외에는 쉴 곳이 없는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열린방은 쉴만한 문화공간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던 이 대학 동아리 연합회(회장 이태석·21·법학과)에 의해 추진되었다.
이 군이 연합회 회장 후보로 나설 때 내세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학생들은 지난해 11월 선거가 끝난 후 학교 앞에서 카페를 경영하는 선배 김기태씨(26)의 자문을 얻으며 수업을 마치면 하루 7시간씩 공사에 매달렸다.
학생들 스스로가 나무를 자르고 벽에 페인트를 칠하는 등 모든 공사를 맡아서 했다.
천장공사를 할 때는 목이 뻣뻣하게 마비되는 등 너무 힘들어 전문가들에게 공사를 맡기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적은 예산과 스스로의 공간을 스스로의 힘으로 마련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전기 배전 공사 등 전문기술이 필요한 분야를 제외한 모든 공사가 학생들 손으로 마무리되었다.
별도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시작된 이 공사에는 그러나 자재비 등 상당한 돈이 필요했다.
학생회에서 3백만원, 동아리 연합회에 지급되는 장학금 2백만원으로 자재를 샀고 그래도 부족한 70여만원은 학생들이 주머니를 털었다. 열린방이 제 모습을 갖추어가자 학생들이 내부장식에 필요한 물건들을 기증하겠다고 약속해오고 있다.
미대생들이 벽에 걸그림을 맡기로 했고, 대학 방송반에서는 음반을 지원키로 했으며, 합창반에서는 그 동안 쓰던 헌 피아노를 기증키로 했다.
나머지 필요한 것은 음향기기와 영화를 상영할 비디오 테이프 레코더.
학생들은 1백여만원이 더 들어갈 이것들을 사기 위해 올 여름 방학중에 모두 공사판에 나가 일을 하기로 했다.<신성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