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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문학상 김지하 동인문학상 송기원 참여파 문인들 수상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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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반체제로서 70, 80년대를 대표했던 「참여」문인들이 잇따라 「본격」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고 있다. 70년대 저항시인의 상징 김지하씨(52)는 이산문학상, 80년대 민중문학의 견인차역할을 했던 작가이자 시인인 송기원씨(46)는 동인문학상 수상자로 최근 각각 선정됐다.
이들 참여시인·작가의 본격문학상 수상은 그 동안 참여·순수로 대립해왔던 문단과 작품 자체의 벽 허물기의 한 구체적 성과로 주목된다.
고 이산 김광섭 시인(1905∼1977)을 기리기 위해 문학과 지성사에서 제정, 올해 5회째를 맞는 이산문학상 수상작품은 『김지하 시전집』. 63년 첫 시 「저녁이야기」로부터 「황톳길」계열의 초기 민중서정시, 「타는 목마름으로」 등의 저항시, 「오적」계열의 담시, 그리고 최근의 생명시편 등 총 3백34편을 세 권으로 엮은 전집에 이 상이 돌아간 것은 곧 김씨의 30년 시력 자체에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64년 대일 굴욕외교반대투쟁으로 인한 첫 투옥이래 80년 마지막 출옥 때까지 감옥을 드나들며 8년 영어의 세월을 보낸 김씨는 박정희 정권에 내내 맞서 싸운 반체제의 상징이었다. 독재에 짓밟힌 자유를 위해 온 몸으로 저항하면서 그는 꾸준히 자신의 사회·정치적 신념과 행동을 시적 용광로에 넣어 녹이고 담금질해왔다.
그러나 김씨는 최근 들어 『고통스런 일상 속에서도 오묘한 생명의 개화에 대한 끈질긴 그리움·기다림으로 일관했다』며 앞으로는 우주적 생명을 노래하는 서정시 등 생명의 시 세계로 나아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한국현대소설 미학의 개척자 김금동인(1900∼1951)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조선일보사에서 주관하는 동인문학상 제24회 수상작은 단편 「아름다운 얼굴」이다. 74년 중앙일보·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소설·시가 당선돼 문단에 나온 송씨는 신군부에 압살된 「80년 민주화의 봄」이래 민주화를 위해 전두환 정권에 세찬 저항을 보여온 인불.
급진적 문예지 『실천문학』을 이끌며 문예·출판운동으로, 또 시작으로 정권에 맞서다 소설로서는 10여년만에 『창작과 비평』 올 봄호에 이번 수상작 「아름다운 얼굴」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남도 한 읍 장터에서의 어린 시절, 철저한 자기혐오의 사춘기와 문학청년시절, 그리고 민주화운동시절 등 자신의 삶을 담담한 서정으로 반추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자신의 표현대로 「지독한 자기혐오의 개차반 인생」을 반성하며 이제 그 혐오에서 벗어나 아름다움을 추구해야겠다는 것이 「아름다운얼굴」에 깔린 작의다.
『80년대는 민주화운동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배제해버렸다』는 송씨는 앞으로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도둑놈·경찰·포스트모더니스트·탐미주의자·민중주의자들도 다함께 어울려 살고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을 쓰겠다』고 밝힌다.
김씨는 「우주적 생명」으로, 송씨는 「포괄적 민중주의」로 압제와 저항, 우와 좌, 죽음과 삶, 그리고 순수문학과 참여문학이라는 2분법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시·소설에 대표적 본격문학상이 잇따라 돌아갔다. 순수문학진영과 참여문학진영을 각각 대표하는 월간 『현대문학』과 계간 『창작과 비평』도 최근 들어 부쩍 상대진영 문인들에게 지면을 내놓고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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