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욱” 감정폭발/「짜증 폭행·살인」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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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숫물 튀긴다고 흉기 찔러/세집이웃 시끄럽다며 치사/“차 거칠게 운전한다” 마구 때리기도
「짜증살인·폭력」이 급격히 많아졌다. 옆사람이 세수하다 물을 튀겼다고 흉기를 찔러 숨지게하는가 하면 운전을 거칠게 한다고 폭력을 휘두르고,잘못을 나무라는 어른을 숨지게 하기까지 한다.
이같은 사회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급격한 사업화에 따른 경제심리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참는 정신을 빼앗아간데다 정신·윤리교육의 부재와 극단적 이기주의의 팽배로 인해 감정폭발을 억제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5일 오후 4시쯤 경기도 하남시 덕풍3동 나그네집 보호원에서 임대혁씨(28)가 세수도중 실수로 자신에게 물을 튀게한 안균태씨(34)를 부엌에 있던 흉기로 찔러 숨지게했다.
대구시 달서구 장기동 27 이순희씨(57·노동)는 25일 오후 7시30분쯤 같은집에 세든 김홍희씨(54)가 술마시고 시끄럽게 한다고 시비를 벌이다 김씨를 때려 숨지게 했다.
충북 제천에서는 장모군(16) 등 10대 2명이 같은 동내 후배에게 피서비용을 뜯어내려다 살인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난 17일 오후 1시쯤 전남 나주군 노안면 도산리 마을앞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던 김병세(23·조선대 3년)·장철홍(25·회사원) 씨 등 2명이 차를 거칠게 몬다고 주민 한정식씨(41)를 폭행,전치 4주의 중상을 입혔다.
25일 오전 3시 부산시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김병일씨(23)가 조모양(19·부산 진구 당감1동)을 억지로 택시에서 끌어내리려다 이를 나무라던 택시기사 안유근씨(49)를 칼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
국립 서울정신병원장 김철규박사(57)는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빗나간 경쟁심리 때문에 한국인들은 최근 길을 가도 먼저,남이 하면 나도 안하고는 못배기는 성격으로 변해 주변환경이 조금만 마음에 안들면 감정이 폭발하는 경향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하고 『사회교육을 통해 참을성과 대화문화를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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