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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1200억원 어디서 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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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른바 '안풍(安風)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1995~96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YS)이 1천2백억원을 청와대집무실에서 여당 사무총장들에게 직접 수표로 전달했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기소한 96년 총선자금뿐만 아니라 검찰이 기소에서 제외한 95년 6월 지방선거 때도 金대통령이 안기부 계좌를 거친 2백57억원을 민자당에 지원한 것으로 강삼재 의원의 변호인단이 주장하고 있어 안풍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가 불가피하다. 지방선거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은 김덕룡 의원이다.

강삼재 전 신한국당 사무총장의 새로운 증언에 따라 우선 金전대통령에 대한 검찰조사와 그의 법정증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YS가 준 돈이 어디서 나온 것이냐에 따라 엄청난 파장도 예상된다. 검찰주장대로 안기부 예산이면 金전대통령은 '국고(國庫) 손실' 혐의를 벗어날 수 없다.

92년 대선잔금이거나 '집권 후 조성된 통치비자금' 등으로 드러나면 다른 범법 혐의가 거론될 수 있다.

◇'안풍자금' 어떻게 주고받았나=정인봉 변호사 등 변호인단이 姜의원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자금수수는 청와대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姜의원은 95년 8월 당 총장으로 취임한 이후 수시로 YS의 호출을 받았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姜총장의 통상적인 보고가 끝난 뒤 YS는 "가져와 봐"라고 했다. 그러면 姜총장은 지갑을 내밀었고 YS는 미리 준비한 1억원짜리 수표 다발을 넣어주었다는 것이다.

鄭변호사는 "지갑이 텅 비어있을 때면 2백장 정도가 들어가기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姜총장은 청와대에서 나온 직후 또는 며칠 후에 자신의 후배가 지점장으로 있는 경남종금 서울지점의 차명계좌에 그 돈을 입금시켰다고 한다. 姜총장은 이후 1백만원 또는 1천만원 수표로 돈을 찾아 당운영.격려금.총선지원 등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YS가 준 돈은 어디서 났을까=검찰이 공소장에서 밝힌 대로 안기부 자금일 가능성이 있다.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구속 중)도 그렇다고 얘기한 바 있다. 그는 예산 중에서 안기부가 쓰고 남은 예산(불용액)과 예산이자를 모았다가 빼돌렸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신한국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의 많은 관계자들은 "YS의 측근이었던 김기섭씨가 맹목적으로 YS를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기섭씨는 지금도 옥중에서 "강삼재 의원은 1백% 무죄"라면서도 자신이 돈을 인출해 누구에게 전달했는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보기관의 자금이라는 성격상 밝힐 수 없다"고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 돈이 YS가 92년 후보 때 기업들로부터 모았던 대선자금 중 쓰고 남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92년 YS 선대위의 핵심 관계자였던 C씨는 "대선자금 중 상당액이 남았던 것 같다"며 "YS가 이를 관리하다가 자신이 93년 8월에 단행한 금융실명제로 인해 자금관리에 부담을 느껴 김기섭 당시 안기부 운영차장에게 돈을 맡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잔금이 아니라면 YS가 당선 후에 기업들로부터 받은 '당선축하금'이나 취임 후 조성한 통치비자금일 수 있다.

그러나 YS측근들은 "金대통령은 자신의 약속대로 당선 이후 일절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돈은 노태우 대통령이 93년초 YS에게 정권을 인계하면서 자신의 비자금 중 일부를 넘겨준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결국 YS가 민자당과 신한국당에 건넨 돈은 이 중 하나이거나 아니면 여러 개가 섞인 돈일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분석한다.

김진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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