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의 지적 기원』 다니엘 모르네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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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프랑스 혁명과 계몽사상간의 등식을 18세기 계몽 사상의 흐름과 전파 과정을 통해 분석해낸 다니엘 모르네의 역저가 『프랑스 혁명의 지적 기원』이다.
이 책은 프랑스 혁명 직후부터 제기된 새로운 정치 사상이 혁명에 끼친 영향력을 실증주의적 역사관에 입각해 통사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혁명의 유형으로 ▲참혹한 고생에 지친 인간들이 어수선하게 들고 일어나는 극빈과 기아의 혁명 ▲지적이고 용감한 소수가 권력을 장악하고 무관심한 대중을 견인, 지배하는 혁명 ▲그리고 어느 정도 계몽된 소수파가 정치체제의 결점에 대해 여론을 이끌어가며 법적 절차에 따라 권력에 접근하는 혁명등 세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모르네는 프랑스 혁명을 세번째 유형에 놓고 1715년에서부터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두해 전인 1787년까지 지적으로 각성된 그룹들의 사상사를 편력하고 있다.
모르네는 또 혁명 대중들의 지적인 변화와 호응을 추적하기 위해 지방에서 활동한 2, 3류 저술가들의 사상은 물론 정기 간행물을 통한 새로운 사상들의 전파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1933년 발표된 이 저서는 계몽 사상이 프랑스 혁명의 직접 원인이란 등식을 철칙화하는데 공헌했지만 실증 분석 방법으로 동원한 의사 소통의 수단, 교육 과정 등의 분석은 사회 사상 형성에 대한 역동성을 분석하는 모델로 60년대 출현한 아날 학파의 이론적 출발점이 되었다.
즉 프랑스 혁명 직전까지 계몽 사상은 ▲귀족 지배에 대한 비판을 담지 않았다 ▲계몽 사상에는 실상 혁명적인 내용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앙시앵레짐의 붕괴는 계몽 사상가들보다 지방에서 활동한 2, 3류 저술가들이 펴낸 저질 문학과 황당무계한 사상에 더욱 타격이 컸다는 등 프랑스 혁명의 기원이 비합리적이라는 아날 학파의 새로운 문화사적 해석을 배태한 역설적 의미를 띤다.
이 책을 번역한 주명철 교수 (한국교원대)는 파리 1대학 유학에서 프랑스 혁명의 문화사적 해석을 전공했으며 18세기의 집단 정신 형성을 금서를 통해 본 『바스티유의 금서』를 이미 90년 출간했었다 (대우 학술 총서 62·민음사). <윤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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