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수사」 3시간30분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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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거물만 하나 물어라. 그러면 외화밀반출사건과 권총 반입사건도 묻어주고 구형량도 낮춰줄뿐 아니라 동생도 불기소처분해주겠다. 검찰에서 그렇게 권유한것 아닙니까.』
슬롯머신업계 대부 정덕진씨 형제로부터 6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철언피고인에 대한 두번째 공판이 열린 20일 오후 서울형사지법 417호 대법정에서는 증인석에 선 정씨를 상대로 박 피고인은 변호인단의 「표적수사」 입증을 위한 끈질긴 추궁이 이어졌다. 이에대해 수사를 맡았던 홍준표검사는 『불법 총기 소지혐의는 이미 정씨가 불법 총기 자진신고 기간에 총기를 신고했기 때문에 무혐의 처분한 것이며 외화 밀반출사건을 현재까지도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뒷거래」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뒤를 이은 김상일변호사는 『당신은 법정에서 자신 소유의 가명계좌가 있는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검찰진술에선 세금회피 목적으로 「잔머리」를 굴린 것이라고 가명계좌 개설사실을 시인하고 있다. 만약 검찰진술이 맞다면 당신은 위증죄로 처벌받아야 하고 당신의 법정 진술이 맞다면 홍 검사는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처벌받아야 하는게 아니냐』며 정씨를 몰아 세웠다.
정씨는 다소 지친 표정으로 『검찰진술때 그렇게 말한것은 처음 잡혀왔을때 검찰이 자진출두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배신감을 느껴 거의 자진포기한 상태에서 진술했기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도 김병남변호사는 『홍 여인은 가장 중요한 증인인데 어떻게 출국할수 있었나. 홍 여인이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할까봐 검찰이 출국을 알면서도 방조한 것이 아닌가』라며 홍씨의 도피성 출국을 물고 늘어졌다.
홍 검사는 이에대해 『증인의 법적으로 출국금지조치를 할 수 없다. 홍씨는 우리로서도 중요한 증인이기 때문에 다음 재판때는 꼭 나오도록 모든 압력을 가하겠다』고 맞받았다.
장장 3시간30분동안 벌어진 법정공방은 법률적 다툼이라기보다 박 의원 변호인단의 말대로 박 의원의 정치적 생명을 건 필사적인 사투같은 양상이었다.<정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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