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시티 오브 조이』인기 속|인도 소설『델리』나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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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인도, 특히 델리의 풍물과 정신, 역사의 내면적 진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이 나왔다. 문이당 출판사는 인도 작가 쿠시완트 싱의 장편소설『델리』1, 2 두 권을 최근 번역, 출간했다.
1990년 출간된『델리』는「델리의 모든 것을 다채로운 기법의 소설적 구성 속에 짜 넣어 읽을 재미를 준다」는 호평 속에 출간 보름만에 3판까지 찍은, 인도에서는 보기 드문 기록을 세운 작품. 문이당 출판사와 인도의 펭귄 북스 인디아 출판사와의 저작권 계약에 의해 번역, 출간된 이 작품은 인도출판사와 저작권 협약에 의한 최초의 인도 소설로도 기록된다.
소설『델리』는 복잡다단하게 혼재된 인도의 사상과 문화·풍속, 그리고 종족·종교간의 갈등을 6백년의 역사를 축으로 꿰어 내고 있다. 1915년 인도 펀자브 태생의 시크교도로서 40여 년간 저널리스트로 활약하며 국회의원까지 지낸 작가 쿠시완트 싱은 저널 적 정치감각과 소설적 기법으로 역사와 현재,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없는 인도의 내면을 쉽고도 흥미롭게 드러내고 있다.
『델리』는 작가와 닮은 주인공을 통해 인도의 오늘을 꼼꼼히 보여주면서 인도의 역사는 그 역사를 살았던 인물들 스스로가 당시의 삶과 정신을 드러내게 했다. 그러면서 현재와 과거의 구별이 모호한 영원한 신비의 인도를 소설적 구성 속으로 끌어넣고 있다.
작가는 바그마티라는 남녀 추니(호모)와 주인공과의 섹스를 위주로 펼쳐지는 현재의 삶을 꼼꼼히 그리면서 델리의 뒷골목까지도 세밀히 묘사, 델리 풍물안내 효과와 함께 오늘을 사는 인도인들의 정신·심리를 드러낸다. 자유기고가이면서 외교 가를 무대로 관광안내 등을 하며 서방 여인들과 자유롭게 성 접촉을 하는 독신 남 주인공, 그리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그에게 성적 봉사를 하는 인도에서도 가장 추잡한 창녀 바그마티를 통해 작가는 역사선상에 놓인 인도의 오늘을 보여준다. 작가는 또 장을 바꿔 가며 처음 건설되어 1984년 인디라 간디 암살사건까지 6백여 년에 걸친 델리 역사를 굵직한 사건당사자들의 눈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황제·시인·성자·환관·요부 등 사건 당사자들이나 그 사건 속을 살아 냈던 사람들의 눈을 통해 역사적 진실복원 차원을 넘어 당대적 삶의 진실을 퍼 올리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캘커타를 무대로 한 영화『시티 오브 조이』개봉과 함께『델리』출간은 아직도 먼 신화와 종교의 나라, 더럽고 혼란스런 나라로만 비친 인도의 오늘과 속살을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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