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럽 통합 한국 경제에 유익"|질 아누이 EC 대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유럽공동체 (EC)는 최근 한국-EC 관계 검토보고서를 채택하고 대화·협력을 바탕으로 한 한국과 EC간의 동반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결정한바 있다.
이같은 결정은 몇 가지 중요한 요소를 고려해 결정됐다.
첫째, 지난 10년간 한-EC간 교역량이 4배 이상 신장됐다는 점이다. 이같은 증가는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태평양 경제 협의회(PBEC)의 주제「세계주의인가, 지역주의인가」에 대한 해답을 자명하게 해준다. 한-EC간 무역성장은 유럽 경제통합이 한국의 수출감소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무역창출효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둘째, 한국과 EC가 공히 국제무대에서 점차 더 비중 있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특히 43년 전 전정의 고통을 겪었던 한국이 오늘날 동북아시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것이다. EC집행위원회 부위원장 리언 브리턴 경이 합의서 체결 때 말했던 것처럼 한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대한 변화들은 한국과 EC간의 관계발전에 새로운 전망을 열어 주고 있다.
셋째, 한국과 EC는 지적소유권·해상수송·주류관세·한국의 시장개방 등과 같은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성공적인 합의를 이뤘다. 합의 성사만큼이나 이의 성실한 이행이 중요하다.
넷째, 오늘날 한국과 EC같은 경제적 파트너간의 국제 경제적 관계는 단순한 상품의 교환을 넘어 여러 가지 새로운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부산이나 인천을 출발하는 선박에 화물을 실어 르 하브르·함부르크·제노아에서 하역하는 식의 무역에 만족하던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 국제경제에서는 자본의 흐름·서비스·기술이전·정부조달·지적재산권 보호 등이 더 큰 역할을 수행한다. 무역에 국한됐던「제1세대」적 사고방식을 탈피해 우리는 위의 요소들을 감안한「제2세대」로 옮겨가야 한다.
이같이 복잡하고 다양한 차원의 문제들을 다루기 위한 방법은「협동」이다. 이것이 바로 EC집행위원회가 채택한 검토 보고서의 요지다.
이러한 역동적 접근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는 인적·문화적 교류를 바탕으로 한 상호간의 존경·신뢰다. 솔직치 말해 한국인과 유럽인들은 지난 수십 년간, 아니 지난 수세기간 각기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에 전념하느라 서로 익숙하지 못하다. 우리는 이같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한승주 외무장관과 리언 브리턴 경이 확고한 신념을 밝혔듯 나 또한 개인적으로 그러한 노력이 성공하리라 확신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게 마련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