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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묘한 지역정서 잡아라”(보선현장을 가다: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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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사정의 큰 피해자” 기류에 초조/민자/뒤늦은 출발속 「응어리」들추기/민주/6∼7명 도전장… 토박이는 일찌감치 바닥표 훑기
『민자당이 뭐가 예쁘다고 찍어주겠노.』
대구동을의 한 유권자는 거침없이 지역민심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러면 누굴 찍을건가』고 물으면 『하기사 딱 찍어줄 사람도 없다 아이가』라고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민자당은 이같은 TK의 정서에 초조하기 짝이 없고,야당과 무소속 후보들은 아직도 그들의 손에 잡힐성 싶지않은 유권자들의 무관심에 안달하고 있다.
민자당의 초조함은 16일 귀빈예식장에서 열린 동을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한 민자당 지도부의 연설에서 잘 나타났다.
김종필대표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대구시민 여러분들의 마음이 편치않다는 사실을 들어서 압니다. 그러나 여러분 풀어주세요. 대승적 견지에서 계속 대통령을 따뜻하게 대해줘야 합니다』고 「민심달래기」에 역점을 두었다.
○유권자들 시큰둥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용태의원은 『대구·경북이 대통령을 만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본전 찾을 생각을 해야한다. 다시 밀어줘야 본전 찾는다. 노 위원장을 국회위원으로 뽑아 우리의 본전을 찾자』며 「자존심 치켜세우기」와 「본전찾기」로 지역이기심을 부추겼다.
확실히 대구의 여론 주도층간에는 『새 정부의 사정바람에 TK들만 당한다』는 「고통전담론」이 팽배해 있다. 전임위원장이었던 박준규 전 국회의장의 정계은퇴뿐 아니라 박철언의원,이종구 전 국방장관을 비롯한 율곡사업비리 관련자 구속자들중에 유독 TK출신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신임 노동일 민자당위원장(경북고·서울대)은 한을 품고 정계를 은퇴한 박 전 의장의 기존조직을 흡수,재정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한 선거운동 관계자는 『이제 막 조직정비가 끝났지만 지역민심을 끌어들일 공약이 마땅치않아 고민』이라고 했다.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대구비행장,분진공해를 일으키고 있는 반야월저탄소 등의 이전이 오랜 민원이지만 한결같이 쉽지않은 일들이라 약속이행에 어려움이 있고,설혹 약속을 하더라도 지역주민들이 전혀 믿어주지 않는 분위기다.
민자당의 이같은 악조건이 다른 후보들의 도전의욕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최선발주자는 지난 14대때 국민당으로 출마,3만표 가까이 얻어 5천표차로 낙선했던 서훈씨(영남고·경북대). 서씨는 박 전 의장이 재산공개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키는 것을 보고 일찌감치 14대 선거운동조직을 재정비하기 시작,사실상 이미 3개월 정도 앞서가고 있는 셈이다.
○마땅한 공약 없어
부인이 서문시장에서 그릇장사를 하는 서씨는 『돈은 없지만 몸으로 뛰겠다』는 자세로 이 지역 자연부락까지 벌써 여러차례 순회,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서씨가 지역연고면에서 가장 우려하는 상대는 박 전 의장밑에서 부위원장을 맡았다가 공천을 받지못하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김용하씨(경북고·경북대). 동을지역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야월지역에서 조상대대로 살아온 토박이인데다가 반야월주유소를 운영하면서 넉넉한 살림에 지역민을 상대로 뿌려놓은 선행이 적지않아 『반야월지역의 몰표만으로도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김씨는 탈당하면서 민자당조직 일부를 끌고갔다.
민주당후보로 나선 안택수씨(경북고·서울대)는 상대적으로 출발이 늦다. 16일밤까지 공천과정에서 서훈씨와 경합하는 바람에 지금부터 시작해야할 형편이다. 앞서의 두 사람이 모두 경북대를 나온 지역토박이라는 점과 비교할 때 경북고는 나왔지만 서울대 출신이고 고향이 경북 예천이라 상대적으로 연고성이 부족하다. 하지만 무소속보다는 훨씬 유리한 선거운동 조건이 제1야당 후보의 강점이다. 그는 주민중 토박이는 20% 정도에 불과하며,최근 아파트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젊은 유권자들이 많다는 것을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꼽고있다. 반민자당 지역정서를 「대안으로서의 민주당」이라는 선택으로 연결시킨다는 전략인데 『서울에서 막연히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김영삼대통령과 민자당에 대한 반감과 혼내줘야 한다는 응어리가 깊다』고 말한다.
○어부지리 기대
또 다른 도전자는 신정당 공천을 받은 조정환 경북대교수(경북고·경북대). 『박찬종대표처럼 도덕성과 참신성,전문성으로 심판을 받겠다』는 그는 주로 제자들과 동문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구축하고 있는데,지역을 발로 누비는 바닥표 훑기보다는 연설회와 홍보물을 이용한 이미지 전파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밖에 박 전 의장의 비서관을 지낸 우태주씨 등도 출마를 생각하고 있어 후보는 6∼7명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바로 이 점이 민자당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다. 후보난립으로 표가 분산될 경우 아무래도 조직이 탄탄하고 고정표가 많은 여당후보가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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