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1병꼴 음주 매일 계속 땐 "큰 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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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술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술의 건강상 문제는 상식을 넘을 정도로 심각하다.
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를 유발하는데 간경화는 간암으로 되기 쉽다. 뿐만 아니라 지나친 음주는 구강암· 식도암·후두암, 심지어 폐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서울대의대 김용일 교수(병리학)는 『술은 그 자체로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다른 발암요인에 의해 야기된 암의 씨를 크게 키우는 촉발인자역할을 해 궁극적으로 암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발암물질에 의해 암전단계로 변한 세포라도 다른 촉발요인이 없으면 좀처럼 암이 되지 않으나 술은 암의 촉발작용을 한다는 말이다.
연세대의대 오희철 교수(예방의학)는 『술은 발암물질이 정상세포에 침투하는 것을 돕거나 녹여 잘 퍼지게 하는 역할로 발암효과를 크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구강암과 식도암의 가장 큰 원인은 술이며 담배를 함께 하면 그 위험은 더욱 증폭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술을 장기적으로 마실 경우 철분·비타민 B2가 결핍되는데 동물실험에서 이 상태가 계속되면 구강·식도암이 잘 생기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신선한 야채나 과일섭취가 적은 가운데 계속 과음하면 식도암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의대 안윤옥 교수(예방의학)는 『알콜 자체의 발암효과 증폭작용과 함께 술에 든 향료물질 등이 신체내 반응을 통해 발암물질로 변해 암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밝혔다. 향료물질은 향과 맛을 위해 의도적으로 첨가하기도 하지만 대개 발효 중 저절로 생기는데 완전 제거하기가 힘들며 아주 없으면 술맛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암 발생 촉발작용>
속된 말로 「입에 싹 달라붙는」술맛은 발효 중 생긴 퓨즐 오일에서 비롯되는데 이물질을 많이 섭취하면 암의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일정량 이하만 남도록 함유량을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제한이 없는 나라에서 수입된 술은 위험이 크다는데 있다.
최근 수입자유화에 따라 여러 나라의 술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런 점을 고려해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안교수는 『술을 어느 정도 마실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도를 넘는 과음에 있다』고 강조하고 『과음의 기준은 인종이나 음주풍속별로 조금씩 다르다』고 소개했다.
미국과 서유럽은 과음기준을 하루 양주 석잔(알콜량 기준 45g)이상을 계속 마시는 경우로 규정하는데, 일본에서는 정종3홉(알콜 80g)을 매일 마시는 경우로 하고 있다.
이 수준을 넘지 않으면 술은 좋은 친구가 될 것이나 이를 넘으면 암에 걸릴 확률을 확실하게 높이는 암인자가 된다는 설명이다.
우리 나라는 아직 과음에 대한 기준이 없는데 안교수는 소주 2홉들이 한병 정도(알콜90g)이상을 매일 마시는 사람을 과음자로 규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서양에서는 술을 마실 때 안주를 거의 먹지 않는데 우리는 음식과 같이 먹는 풍토가 있어 기준을 높게 잡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분·비타민결핍>
문제는 서양인보다 훨씬 높은 이 기준에 따라도 우리 나라 사람중 상당수가 과음자라는데 있다. 서울시민 15명중 1명, 농촌주민 6명중1명 정도가 과음자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안교수는 『국내에 간암이 많은 이유가 B형 간염환자나 보균자가 많은 것과 함께 과음자가 많은 데도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실시한 한일 공동암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간암 발생률은 일본인의 3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재일교포들의 간암발생률이 같은 지역에 사는 일본인의 2·5배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교포들의 과음률이 일본인보다 높은데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간암 일본의 3배>
성균관대 약대 이병무 교수(독성학)는 『우리 나라 사람들은 술과 함께 많은 안주를 먹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데 여기에도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발암불질인 벤조에이피렌이 생긴 태운 고기를 술과 함께 마시고 여기에 담배까지 피우는 음주형태는 발암위험성을 엄청나게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따로 있으면 안전할 수 있는 폭약과 뇌관을 서로 결합시켜 함께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진배가 없다는 말이다.
또 『값싼 수입식품을 안주로 먹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외국산 땅콩 등 여러 수입농산물에서 강한 발암물질인 아프라톡신이 검출되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국산 땅콩은 별 문제가 없으나 수입품의 경우 검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이교수는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암 예방은 물론 건강전반을 위해 술을 적당량 마시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채인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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