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LD 수요증가|품질이 신통찮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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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첨단의 홈 비디오 매체로 각광받고 있는 레이저디스크의 국내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으나 제품의 질은 기존 비디오테이프에 비해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가라오케 LD를 대신해 시장의 주력부분으로 성장하고 있는 영화 LD는 선전과 달리 테이프에 비해 화질·음질 면에서 별로 나을 바가 없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 현재 수준보다 더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영화LD의 고급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특히 LD 소비자중엔 테이프 소비자들보다 영상적인 이해도가 높고 까다로운 기호를 가진 고급 관객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는 것. LD는 그 수평해상도가 4백20선으로 비디오테이프의 2백40선보다 이론상으론 월등히 화질이 선명하다. 흔히 LD가 테이프보다 60%정도 화질에서 앞선다는 주장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국산영화 LD를 본 애호가들은 대부분 화질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불평하고 있다. 「테이프와 비슷한 수준의 화질이라면 누가 더 비싼 LD를 사겠느냐」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음질에서도 미국·일본에서 나온 것들보다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 특히 서라운드 재생에서 현격히 뒤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제작사의 자의적인 삭제도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발매된 팀 버튼 감독의『배트맨 2』같은 경우 원래 러닝 타임이 1백26분임에도 불구하고 용량상 2시간 이상 담을 수 없는 1장짜리 LD에다 담기 위해 6분 정도 삭제돼 있다. 테이프에서 왕왕 있었던 무단삭제가 LD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셈이어서 팬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LD의 고급화를 위해서는 와이드 화면 LD 발매도 요망되고 있다. 와이드 화면이란 가로로 긴 극장화면을 비디오에서도 그대로 살린 것을 말하는 것으로 미국에선 「편지통방식」(lette-box edition)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로·세로비가 1·3대1인 TV화면 성격상 대부분의 영화는 트리밍 해서 비디오를 만드는 것이 통례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극장에서 보았던 영화의 화면 구도가 어쩔 수 없이 손상되는 것이 큰 결점으로 지적돼 왔었다. 와이드 화면은 이러한 트리밍 과정을 거치지 않고 화면의 위·아래에 여백을 주어 원래대로의 긴 화면으로 보게 만든 것을 말한다. LD의 경우·테이프보다 고화질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택하더라도 화질상 별 문제가 없어 미국·일본에선 최근 발매되는 LD의 60%정도가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한국의 LD시장은 최근 가라오케 붐에 편승해 급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3백50억원 선이던 시장규모가 올해엔 5백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영화 LD시장 성장이 필수적이다. 현재처럼 테이프와 차별화가 별로 되지 않은 품질수준으론 팬들의 호응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재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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