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 어떤 업체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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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차세대구축함」 사업에 참여하며 업계선두 부상/잠수함 6대계약 수수료 200억설… “불패의 신화”
국내 무기중개상의 선두주자 「학산」은 어떤 기업인가.
율곡사업 비리와 관련,무기 중개상들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최대의 무기상 학산실업(서울 종로구 당주동)의 대표 정의승씨가 김종호·김철우 두 전 해군 참모총장에게 거액의 뇌물을 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수사의 핵심인물이 되고있다.
정씨는 군인사비리 수사에서도 김종호씨에게 5천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이미 불구속기소된 상태다.
해사 17기인 정씨는 해군 경리장교로 줄곧 복무하다 80년대초 소령으로 예편한뒤 독일 군수업체인 MTU사 한국지사에 근무한 경력을 갖고있다.
당시 익힌 무기거래 경험과 유럽계 군수회사와의 연줄을 바탕으로 80년대 중반 무기중개회사 「학산」을 설립한 정씨는 이후 해군 출신답게 해군 무기도입의 독보적 존재로 군림해왔으며 「유럽무기통」으로 명성을 쌓았다.
대당 1천3백억원(훈련장비 포함 2천억원) 상당의 독일제 잠수함 6대를 한국 해군에 공급하는 계약을 따내는데 성공한 학산은 이 한건으로 2백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챙겼고 이를 계기로 무기중개업계 선두주자로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산은 이어 한국형 탱크 개발사업에도 손을 대 K1탱크의 엔진을 MTU사 엔진으로 전량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데 성공,육군에도 막강한 로비력을 확대했다.
그러나 학산이 국내 2백여개 무기중개상 가운데 선두로 부상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공군의 차세대전투기 사업과 맞먹는 해군의 KDX(차세대구축함) 사업에 참여하면서 마련됐다.
특히 KDX사업중 가장 규모가 큰 COMBAT시스팀 도입경쟁에서는 영국 DOWTY사 제품을 내세운 재벌그룹을 독일 KRUPP사 기종을 선택한 학산이 물리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군 무기도입 경쟁에 관한한 단 한번도 다른 업체에 양보한 적이 없다는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던 학산의 운명도 그러나 회사의 버팀목이던 정씨 사법처리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큰 시련을 겪게됐다.<이훈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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