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재신임' 등식 성립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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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과 재신임'은 과연 연계될 것인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11일 기자들에게 "법적으로 대통령 임기와 총선은 관계가 없지만, 정치적으로 우리당이 총선의 정당 지지도에서 1위를 하거나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면 확실한 재신임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12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다.

이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총선에 모든 것을 걸라고 요구하는 의미가 있다. 동시에 자신도 "총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죽겠다는 각오"(11일 합동연설회에서)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盧대통령이나 鄭의장에게 이번 총선은 정치적 운명을 건 한판 승부다. 잘못되면 盧대통령은 강제로 퇴진 압박을 받을 수 있고, 鄭의장은 이른바 '대권의 꿈'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한때 경쟁자였던 둘의 관계는 이번 총선에서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盧대통령이 스스로 던졌기에 본인이 해법을 찾아야 하는 사안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鄭의장이 새로운 얘기를 꺼낸 것에서 미묘한 의미를 찾는 사람도 있다.

두 사람 간에 조율이 된 게 아니라면 鄭의장은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에 간섭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다. 일단 "현실성이 없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당내에선 盧대통령이 어떤 방법으로든 재신임에 대한 매듭을 짓고 싶어 한다는 점을 들어 "가능한 것 아니냐"(신기남 의원)는 얘기가 확산되고 있다. 야당은 비판적이었다. "새 정치를 시작한다면서 총선 민의를 왜곡시키려는 것에 대해 의아스러울 뿐"(민주당 김영환 대변인), "입법부의 국민대표를 뽑는 총선을 대통령의 재신임과 연결하는 것은 어불성설"(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이라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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