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마 대정리」미 수학자가 증명|350년 수수께끼 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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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3백50년이상 풀리지 않은 수학계의 난제중 난제였던 「페르마의 대정리 증명」을 풀어낸 수학자가 있어 세계적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지는 최근미국 프린스턴대 앤드루 와일즈박사가 지난달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행한 3일간의 강연에서 페르마의 대정리를 증명하는데 성공했다고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으며, 타임·뉴스위크지도 최신호에서 같은 내용을 화제기사로 다루었다.
페르마의 대정리는 「페르마의 최후정리」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n이 2보다 큰 자연수라면 Xn+Yn=Zn을 만족하는 정수의 짝 x·y·z는 없다」는 내용. 1601년부터 1665년까지 생존했던 프랑스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가 제시한 것이다. 페르마는 해석기하학을 창시하고 미적분학의 선구적 연구를 수행했으며, 빛의 통과경로에 대한 「페르마의 원리」를 처음으로 밝힌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다.
한국 중학교 교과과정에서 배우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직각삼각형에서 빗변길이의 제곱은 나머지 두변 길이를 각각 제곱해 더한 것과 같다」는 내용. 직각삼각형 빗변의 길이가 5이고 나머지 변의 길이가 각각 3과 4인 경우 32+42=52, 즉 9+16=25비가 성립하는데서 알 수 있듯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만족하는 세 정수의 짝은 존재한다. 그러나 지수가 2보다 큰 수일 경우에는 Xn+Yn=Zn을 만족하는 정수의 짝 x·y·z는 찾아지질 않는다. 페르마는 이 같은 내용을 자신의 노트에 적고는 자신은 이 정리를 증명하는데 성공했지만 「노트의 여백이 부족해」증명식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후 이 정리의 증명을 위해 지난 3백50년 동안 수많은 수학자들이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프랑스 과학아카데미는 이 문제를 푸는데 1815년과 1860년 두 차례 황금메달·3백 프랑이라는 당시로서는 거액을 현상금으로 걸었으며, 1908년에는 독일 과학아카데미가 10만 마르크라는 엄청난 금액을 걸기도 했다. 상금이 7천5백 마르크(약 3백인만원)로 줄기는 했지만 독일과학아카데미의 현상은 지금도 유효하다.
엄청난 상금에 매료된 많은 아마추어 수학자들은 물론 저명한 수학자들 중에도 이 문제의 해결에 일생을 바친 사람은 적지 않았다.
컴퓨터가 등장한 오늘날에도 수많은 수학자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이 문제의 해결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페르마의 대정리는 수많은 수학자들의 탐구를 자극해 수학계의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와일즈박사의 성공도 사실은 이들 다른 수학자들의 연구과정에서 발견된 수많은 새로운 수학이론들에 기초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와일즈박사는 산발적으로 발표된 여러 이론들을 독창적인 시각으로 재정리하고 종합해 페르마 대정리의 증명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와일즈박사가 페르마의 대정리 증명에 이용한 이론은 54년 일본 수학자 다니야마 유타카(곡산풍)가 발표한 「타원곡선이론」으로 전해진다. 이 이론은 후에 많은 수학자들에 의해 보다 정교화되면서 과학 발전에 많이 기여한 이론이지만 70년대까지 이 이론이 페르마의 대정리 증명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와일즈박사가 이 문제의 해결에 매달린 기간만 해도 자그마치 7년이나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40세인 와일즈박사는 인생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기간의 대부분을 바친 셈이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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