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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 토론방] 입사전형 때 漢字시험 괜찮나 - "국익에 도움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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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제 5단체는 올해부터 신입 사원 채용시험에 한자를 포함하고 산하 회원사에도 이를 적극 권장키로 했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경제단체의 결정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

무엇보다 한자 교육은 중.고등학교에서 충분히 실시되고 있다. 학교의 한문 교육을 통한 한자 실력이 부족하다면 교육 내용을 더욱 내실있게 다져야 한다. 경제 단체는 "정부의 교육 정책보다는 입사 시험에 포함시키는 것이 효과가 높다"고 밝혔는데, 이는 정부의 교육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하겠다는 뜻이다.

또 입사 시험에 한자를 포함시키면 어떤 사회적인 결과가 올까 생각했는지 묻고 싶다. 엄청난 사교육비가 국가적인 문제로 등장한 지 오래고 학부모들은 자녀의 과외 비용을 대느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판국에 한자 시험까지 본다면 대학생뿐 아니라 초.중.고생까지 부정적인 여파가 미칠 것이다.

이밖에 중국.일본과의 교역을 위해서는 중국어와 일본어를 교육해 상담과 협상에 임하게 해야 한다. 한자를 배웠다고 모두 중국어와 일본어를 할 수 없으며 의사 소통이 되지 않는다. 한자는 단지 시각적으로 보는 원시적인 글자일 뿐 그 자체가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 5단체는 채용된 사원 가운데 중국.일본을 담당하는 직원만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전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국익에도 부합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이현복 한글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