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표시가 무안하지 않나(속/자,이제는…: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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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역 대합실 담배연기 자욱/안피우는 사람 권리도 존중을
8일 오후 2시쯤 서울역 대합실안은 곳곳에서 뿜어내는 담배연기로 가득 차 있다. 대합실안 42곳에 붙어 있는 「금연」 표지는 이들에게 아무런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노인·어린이들은 대합실안의 후끈한 열기에 섞인 짙은 담배 연기에 숨쉬기 어려운듯 손으로 담배연기를 저어대고 있다.
『이봐 젊은이,저기 「금연」 글씨가 안보여.』
심한 기침을 하던 60대 할머니가 끝내 한마디했다. 20대 초반의 청년 3명은 빨리 담배를 피워버리기 위해 다급히 빨아댔다.
91년 5월부터 청정공기 유지와 승객들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범칙금을 인상하는 등 단속을 강화해 왔으나 우리 사회의 흡연문화는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너무 지루해 몸에 밴 습관이 그만….』
오후 3시 부산행 새마을호 열차를 기다리던 권모씨(29·회사원)는 단속의 눈길을 피해 담배를 피우다 1분도 채못돼 재수없이(?) 적발된 사실을 못내 안타까워했다.
권씨에게 지도장을 발부한 남대문경찰서 김성진의경(21)은 『이분처럼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주의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나마 질서의식이 있는 분』이라며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벌칙금(1만원) 스티커를 발부하면 『아니,담배도 마음대로 못피워요』 『담배 좀 피우면 어때요』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김 의경의 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속에 만연돼 있는 무질서·무관심·무책임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우리의 흡연문화.
담배를 피우는 것도 권리일 수 있다. 그러나 피우지 않는 사람의 유해한 공기를 마시지 않을 권리는 더 중요하게 존중해야 한다.<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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