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상품 해외반출 보따리장수들 극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사정·엔고탓 반입 뚝 끊기고 “역류”/공항에 교포들 짐 30∼40개 장사진
김포공항 보따리장수가 「역류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정바람으로 입국자에 대한 세관검사 강화로 일본·홍콩 등에서 들어오던 보따리장수의 극성이 자취를 감춘대신 의류·농산물 등 국내 상품을 대량으로 구입해 거꾸로 해외로 갖고나가 파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더구나 최근의 엔고바람을 타고 상대적으로 원화의 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국내물품을 사기위해 들어오는 재일교포 보따리장수들이 크게 늘고 있다.
「사정」이라는 국내실정과 「엔고」라는 국제적 환경이 낳은 새로운 현상이다.
보따리장수의 구성원들도 종전에는 내국인·재일교포들로 국한됐으나 이들외에도 러시아,브라질·콜롬비아 등 남미,필리핀·대만 등 동남아 등의 교포들로 점차 국제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내국인·재일교포들은 세관통관 강화로 어쩔수 없이 살길을 바꾼 경우지만 대부분 모국방문때 조금씩 사 갖고 갔다 재미를 보자 아예 「본업」으로 돌아선 케이스가 많다.
이들에게 인기품목은 여성의류·아동복 등 의류와 버섯 등 국내 농산물.
특히 국산의류는 값싸고 질이 좋아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또 대만에서는 한국산 버섯이 고급요리로 손꼽히고 있으며 사과·배 등은 없어서 못팔 형편이라는 귀띔이다.
이 때문에 오후 4∼5시만 되면 이들 보따리장수들이 주문한 의류를 실은 봉고차가 공항 청사앞에 30∼40개의 보따리를 내려놓아 장사진을 치고있는 실정.
세관의 한 직원은 『얼마전만해도 일본 오사카·홍콩 등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갖고 들어오는 보따리장수가 항공기 편당 평균 10여명씩 몰려와 골머리를 앓았으나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세관통관이 어렵자 최근에는 국내 물품을 갖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 출국세관 검사대에 오후만 되면 큼직한 가방들이 줄을 이어 정신이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정재헌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