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온 팽팽… 묘수없어 속앓이/현대분규 정부관련부처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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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수습능력 한계 비칠까봐 조바심/청와대/노사간 불신·재야선동으로 사태악화/노동부/법적조치 총동원 강경 대응/검찰/수출 큰 타격… “특단조치”기대/상공부
현대사태를 보는 정부 각부처의 시각과 대응이 다양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노사안정이 최우선 과제라는 큰 줄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으나 문민시대에 걸맞은 노사관을 정립해야 할 노동부나 공권력 투입 자제와 강경대응속에 「신공안」의 개념을 정립해야 할 검찰,경제우선을 위한 다소간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상공자원부,이 모든 것을 총괄해야 하는 청와대의 입장이 각각 미묘한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청와대◁
청와대측은 신경제에 주름살이 가는 어떤 노사분규의 장기화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하에 현대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또 현대 노사분규의 격렬화·장기화가 김영삼정부에 대한 노골적 도전으로 비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
또 다른 경계요인도 한몫 거들고 있다. 현대노사분규를 주도하는 현총련의 의도에 대한 의심이 그것이다.
청와대는 현총련이 제2노총,나아가 노동정당을 지향하는 것까지를 상정하고 있다. 현총련측이 외부의 조직과 자금 지원속에 집요한 투쟁을 해나가는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측은 이에따라 우선 제3자 개입을 차단,노사양측에 대화와 협상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면서 사태 추이를 지켜본후 다음조치를 강구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듯하다. 여론을 통한 근로자들의 자제·자숙 유도방안도 동원하고 있다.
청와대측은 이같은 비교적 온건한 대책에도 분규가 장기화,혼란이 계속되면 최악의 경우 공장 1∼2개를 폐쇄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리고 이런 조치가 적절히 이뤄지면 과거와 달리 국민의 지지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측은 그러나 7일의 총파업 이후 몇개 계열사의 협상이 타결되고 사업장별 부분파업도 종전 4시간에서 1∼2시간으로 단축되는 등 사태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자 공권력 투입 등 극단적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일단 안도하고 있다.
김 대통령의 「중대결심」을 포함한 강력한 경고와 검찰의 「제3자 개입자」 구속방침,국민여론 등이 차츰 효력을 내는 것 같다는 예기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현대사태가 예상보다 오래 감으로써 정부의 사태해결 능력에 점차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국민 여론이 더욱 확산될까봐 조바심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최현익기자>
▷노동부◁
올해 전반적인 노사협상이 예년에 비해 순조롭게 진행되고있는 가운데도 유독 현대그룹에서 노사분규가 악화된 것은 일단 노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게 노동부의 시각이다.
87년이후 노사분규 격변기를 거치면서 노사간 불신을 골이 패있이고 대립·갈등구조가 남아있어 문제만 생기면 주변여건에 영향을 받아 대규모 분규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측은 근로자들로부터 「비인간적」으로 대우한다는 지탄을 받는 등 노무관리에 허점이 있고 노조를 적극적으로 설득,동반자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노동부는 보고있다.
노조측도 복잡한 계파를 형성,내분 가능성이 있고 안전성이 결여되있어 자칫 「어용」으로 몰리는 경향 때문에 투쟁의 목표를 상향조정만 할뿐 하향조정이나 후퇴가 없어 분규를 촉발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울산이라는 한 지역에 계열사가 몰려있어 한 사업장의 분규가 다른 사업장으로 쉽게 확산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는 시각이다.
노동부는 또 사업장 주변에 해고근로자·재야노동운동가 등이 뿌리깊게 잠재해있어 분규선동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들 제3자들이 조직적으로 개별기업의 협상에 개입함으로써 분규의 원만한 수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각 계열사 노조위원장으로 구성된 현총련이 올들어 영향력과 입지 강화를 위해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연대파업 사태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노동부는 현대사태가 일단 8일로 한 고비를 넘겨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고있다. 연대파업에서 부분파업으로 바뀐 상황에서 대화에 의한 타결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권력 투입 등 강경대응이 아니더라도 사법처리와 노사간 협상중재로 시간은 걸릴지라도 사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제정갑기자>
▷검찰◁
검찰은 현대계열사 8개 노조가 전면 연대파업에 들어간 7일 오후 현총련 사무실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함으로써 현대분규에 대한 검찰의 강경대응방침을 가시화했다.
검찰은 이같은 강경선회는 현대사태에 대한 정부의 적극 대응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검찰은 그동안 「신공안」 개념에 따라 노사 자율교섭을 강조해오며 공권력개입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사태가 악화되자 더이상 손을 놓고만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제3자개입 등 불법행위에 대한 검찰방침은 근로자를 자극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법적 대응에 그친다는 것이었다.
검찰이 현대사태에 개입해온 제3자 세력을 ▲전노협 등 재야노동세력 ▲해고노동자세력 ▲현총련으로 구분,그동안 일부 관련자에 대해 사전영장 발부 등 압박을 가하면서도 현총련에 대한 직접적 사법처리를 늦추어 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그러나 이같은 「인내」에도 불구하고 결국 현총련이 연대파업에 돌입하는 등 사태에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검찰은 법적 조치를 총동원해 단호히 대처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조치는 경고 의미를 띠고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법적 대응은 전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검찰의 태도변화를 보여줬다.
현대분규에 대한 검찰 대응은 현재 현총련 간부들에 대한 사법처리에 주력하고 있는 단계지만 사태진전에 따라 공권력 투입 등 강도높은 대응이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대검의 고위관계자는 『분규가 전면파업 아닌 사업장별 부분파업으로 지루한 소모전 형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경우 공권력을 회피하려는 속셈으로 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이현상기자>
▷상공자원부◁
상동자원부 등 경제부처는 현대그룹계열사의 분규가 모처럼 회복세인 수출과 경기활성화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공자원부는 올들어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에서 유난히 분규가 커 이로 인한 수출차질이 지난 6일까지 4억3천7백만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1백56%나 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포함한 전체 생산차질액은 2조1천2백억원에 이르러 전년동기보다 44%가 늘었다는 것이다.
상공자원부와 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현대사태가 모호한 가운데 부분파업이 장기활성화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정공을 제외하고는 다른 현대계열사의 분규가 노조측에 의해 조심스레 합법 분규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공권력투입 등 조기해결을 위한 조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노동부의 전과 다른 조심스런 입장도 사태해결을 늦어지게 하고 있다는 것이 경제부처의 시각이기도 하다.
상공자원부의 관계자들은 현대분규에 대해 정부가 어떤 조치를 할 타이밍을 거듭 놓치고 있다는 불만을 내비치곤 한다.
경제부처들은 따라서 최근 김영삼대통령이 노사문제에 대한 악영향을 주는 분규지속 때는 「중대결심」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 어떻게 가시활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상공자원부는 한때 한번도 발동된 적이 없는,극약처방인 노동쟁의조정법상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관계장관회의에서 거론할것도 검토했다가 노동부가 아주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거둬들이기도 했었다.
경제부처들은 또한 「너무 선진적인」 우리 노동법중 일부를 개정해야 노사관계가 안정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고,이경식부총리도 법개정 추진 의사를 공표했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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