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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화진위 작품 질·재료로 가린다|고미술협 감정위원들 밝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위작 제작자의 허점을 노려라」-이것이 미술품 진위 감정의 제1조다.
고서화 및 도자기 등 고미술품 관계자들은 『아무리 정교한 모사품이라도 허점은 있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80년 김종필씨 소장의 대원군 난초그림이 위작평가를 받은 뒤 신군부에 의해 헐값으로 판매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미술품의 진위감정 문제가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고미술협회 감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공창호씨(공창화랑 대표)와 우찬규씨(학고재 대표)로부터 고서화 진위 감정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작품감정은 크게 작품의 질적 가치에 대한 학술적 접근과 작품의 재료에 대한 과학적 접근의 두 방법으로 이뤄진다.
시대별 기법의 차이, 작가의 성장시기에 따라 달라진 작품의 특성과 개성이 지금까지 연구돼 온 것과 부합하느냐의 여부가 학술적 검증의 첫 번째 기준. 대원군의 경우 집권 이전의 그림은 운필이 예리하고 활기차며 분방함과 울분의 느낌이 짙게 드러나는 반면 집권 이후 몰락할 때까지는 필선이 무뎌지고 고졸한 느낌을 주는 등의 변화를 보인다는 것.
일반적으로 대가의 서화작품은 힘과 운기가 있으며 그림의 비례나 원근법이 잘 맞아 볼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 특히 산수화의 경우 산봉우리·물의 묘사와 공간감 배치 등에서 위작들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태양이나 전구 빛에 비춰보면 가짜의 경우 작품 전반에 걸쳐 덧칠자국이 많이 나타난다. 즉 단번에 산봉우리를 내리긋는 준봉을 쓰지 못하고 여러 번의 붓질로 평봉을 그려낼 뿐이며 산의 태점도 힘이 없고 물은 리듬감이 없어 마치 기저귀를 널어놓은 듯 하다는 것.
또 화제와 그림내용이 부합되지 않는다든지, 그림에 표시된 간지에 따른 작가의 나이와 그 시기의 작품특성이 들어맞지 않는 등의 허점은 위작의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글씨나 그림에 작가 스스로가 이름과 호를 쓴 낙관은 「그림보다 모방하기에 더 어려운 것이 서체」란 점에서 가짜를 판별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전각법도 동인·도인·우인·목인·철인 등 작가의 형편에 따라 사용된 품물이 다른데다 도장의 각도나 인주석채 등 찍힌 상태를 보면 진위를 검증할 수 있다.
예컨대 당시 사용되지 않았던 고무인을 찍었다면 바로 가짜가 되는 것이다.
과학적 검증과정에서 첫 번째 기준이 되는 것은 지질. 작품내용은 18세기 그림인데 수직천이 아닌 기계로 짜인 천 위에 그림을 그렸다면 이는 가짜임이 분명하다.
장지나 창호지의 경우도 그것이 손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종이의 발을 보고 시대를 구분해낼 수 있다.
두 번째 기준은 안료다. 화학안료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로 그 이전엔 석채나 진당채 등 자연안료를 사용했으며 먹도 송먹(송진가루를 불에 태워 그을음으로 만든 먹)에 아교성분을 섞어 만든 것을 썼다. 이들 안료는 어떤 경우에도 달아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
오래된 도자기에 조각이나 그림을 그려 넣어 변조할 경우에도 재벌구이의 온도가 다른 관계로 예리한 칼로 유약을 살짝 긁어 보면 쉽게 긁혀 덜미를 잡을 수 있다.
철기류의 경우도 솜에 쇳가루를 살짝 묻혀 불을 붙여보면 가짜는 파란 불꽃이, 진짜는 붉은 불꽃이 나와 식별이 가능하다 또 녹은 속에서부터 우러나오기 때문에 밖에서부터 녹슨 것은 억지로 산화시켰다는 증거가 된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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